국제상사중재위원회가 한화의 손을 들어주면서 대한생명 매각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예금보험공사와 한화 간 장기간의 공방이 종지부를 찍게 됐다.

한화는 대한생명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행사하게 됐으며 예보 지분 16%에 대한 콜옵션 행사도 가능하게 됐다.

반면 예보는 헐값매각에 대한 논란이 다시 점화될 경우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한화는 법적으론 대생인수의 정당성을 인정받게 됐지만 편법인수 논란 마저 해소된 것은 아니어서 그룹의 도덕성이나 신뢰성 문제는 여전히 과제로 남게됐다.

◇ 분쟁의 핵심 '이면계약'이란 = 한화와 예보간 분쟁의 핵심은 한화가 대생을 인수할 당시에 컨소시엄 구성원이었던 맥쿼리와 맺은 계약 내용이었다.

한화는 맥쿼리 생명과 대생 인수 컨소시엄을 구성하면서 맥쿼리가 인수할 대생 지분 3.5%의 인수금액 565억원을 맥쿼리에게 빌려주었다.

이후 한화는 2003년 12월 맥쿼리의 대생 지분 전량을 565억원에 매입했다.

이 거래로 인해 맥쿼리 생명과 한화의 이면 계약설이 대두했다.

예보는 맥쿼리가 대생 인수 및 경영 의지가 없으면서도 한화가 대생 인수 자격을 얻도록 하기 위해 컨소시엄에 참여했으며 이는 한화컨소시엄이 예보와 공적자금관리위원회를 속이고, 결과적으로 대생 입찰을 방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혐의에 대해 대법원은 한화와 맥쿼리의 계약은 이면계약이 아닌 컨소시엄 당사자 간의 내부 약정으로 컨소시엄 구성원간의 추가계약 성격을 지닌다고 판결한 바 있다.

대법원은 또 한화컨소시엄이 컨소시엄 구성원의 자격과 투자자금에 대해 허위사실을 적극적으로 주장한 바 없다고 판결했다.

◇ 한화, 대생 경영권 확보 = 예보와 한화는 대한생명 매각 계약 당시 문제가 생기면 국제중재를 통해 해결하고 국제중재를 최종 결론으로 받아들이기로 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한화는 2002년 인수한 대한생명 지분 51%에 대한 소유권을 인정받게 되면서 안정적인 경영을 할 수 있게 됐다.

또 대한생명보험 지분 16%의 추가매입 옵션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하나대투증권이 대한생명의 주당순자산(BPS) 6천100원을 감안해 상장 시 적정 주가를 8천600원 정도로, 동양종금증권이 BPS의 1.5배 정도로 추산하는 등 증권사들은 대체로 대생의 적정 주가를 8천~1만원 부근으로 보고 있다.

이는 2002년 예보의 지분 매각 가격 2천275원에 비해 3.5~4.4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대한생명이 상장된 후 주가가 9천원 부근에서 형성될 경우 한화가 얻게 되는 지분 51%의 평가 차익은 약 2조4천억원에 달하게 되며 콜옵션 행사를 통해 2천275원에 16% 지분을 추가 확보할 경우 차익이 약 3조2천억원으로 늘어날 수 있다.

한화는 또 대생 경영권에 대한 잠재적 불안요소를 제거함으로써 대우조선해양 인수 등 그룹 중장기 사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됐다.

한화의 3대 사업영역인 금융, 서비스/건설, 제조 중 대생 등 금융부문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현재 50%를 넘는다.

이 때문에 만약 한화가 이번 중재에서 패배했다면 그룹 전체가 타격을 받아 큰 혼란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승소함에 따라 한화는 그같은 최악의 사태를 피했고 그룹 경영의 최대 불안요소를 제거했다고 볼 수 있다.

◇ 헐값 매각 논란 불가피 = 예보는 보상을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되면서 헐값 매각 책임론에 휩싸일 것으로 예상된다.

예보는 대한생명에 공적자금 3조5천500억원을 투입했지만 한화컨소시엄에 지분 51%를 매각하고 받은 금액은 8천236억원에 불과해 2조7천264억원을 회수하지 못했다.

예보는 2006년 국제중재를 신청하는 등 매매계약을 무효화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2002년 매각 당시 대한생명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해 공적자금 회수에 차질을 빚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예보가 중재절차를 문제 삼아 중재절차 취소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지만 취소되더라도 다시 국제중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매각을 무효화시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일부에서는 예보가 중재에 충실하게 임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한나라당 이종구 의원은 "예보가 매각 당시부터 잘 판단했어야 했다"며 "예보가 면피용으로 소송에 임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든다"고 말했다.

한화가 대생인수에는 최종적으로 성공했으나 앞으로의 과제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도 이면계약 논란으로 빚어진 그룹의 도덕성과 신뢰성 저하는 이번 중재판결로도 쉽게 회복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아울러 금융 및 산업계 한화의 대상인수 전말을 둘러싸고 이면계약을 통한 편법적 M&A도 성공하면 그만이란 선례가 남게 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현경숙.최현석 기자 k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