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이 금융시장이 여전히 정상은 아니라고 평가하고, 월가의 유명 애널리스트가 골드만삭스, 메릴린치 등 4대 투자은행의 실적 전망을 하향 조정한 영향 등으로 금융불안이 여전하다는 우려가 불거지면서 혼조세를 보였다.

이날 잠정집계에 따르면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44.13포인트(0.34%) 내린 12,832.18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도 0.54포인트(0.04%) 하락한 1,403.04를 기록했다.

반면 나스닥 종합지수는 6.63포인트(0.27%) 오른 2,495.12에 거래를 마감했다.

버냉키 의장은 이날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이 주최한 콘퍼런스 연설에서 금융시장의 혼란이 다소 완화됐지만 현 상황은 여전히 정상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버냉키 의장은 지난 3월 이후 중앙은행이 취한 여러 조치가 은행과 투자은행들이 신용경색에 따른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도움을 주고 모기지담보증권(MBS)의 유통사정도 일부 개선됐다고 평가하면서도 "금융시장에서 지금 단계의 조건들은 여전히 정상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오펜하이머의 애널리스트인 메리디스 휘트니는 이날 골드만삭스, 메릴린치, 모건스탠리, 리먼브러더스 등 월가의 4대 투자은행들의 실적 전망치를 일제히 하향 조정하고 금융기관들이 핵심 사업에서 겪는 어려움이 지속될 것이라고 밝혀 금융부실 우려를 다시 경고했다.

휘트니는 이들 대형 금융기관들의 전망이 시장에 반영된 것보다 훨씬 암울하다고 지적하고 이들의 2분기 이익 전망치를 종전보다 평균 41% 낮추고 연간 전망치도 50% 가까이 삭감했다.

휘트니는 이에따라 메릴린치의 2분기 주당 순이익 전망치를 1달러로 종전보다 80센트 낮추고 모건스탠리의 경우 종전의 1.44달러에서 94센트로, 리먼브러더스는 1.10달러에서 72센트로, 골드만삭스는 4.09달러에서 3.48달러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이 영향으로 메릴린치는 2.4%, 모건스탠리는 2.5%, 리먼브러더스는 3.7%, 골드만삭스는 1.2%씩 내리는 등 금융주들이 하락했다.

세계 최대의 유통업체 월마트는 이날 1분기 순이익이 30억2천만달러(주당 76센트)에 달해 작년 동기보다 6.9%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매출액은 953억달러로 10% 늘어났다.

월마트의 이 같은 실적은 톰슨로이터가 예상한 월가의 전망치인 주당 75센트를 넘어선 것으로, 이는 어려워진 경제여건 속에 돈을 아끼려는 소비자들이 다른 유통업체보다는 저가 판매와 할인 공세를 내세운 월마트에 몰린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월마트는 그러나 불투명한 경제 전망으로 인해 2분기 실적은 기대에 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아 주가가 2% 떨어졌다.

세계 최대의 PC업체인 휴렛패커드(HP)는 13일(현지시간) 세계 3대 컴퓨터서비스 전문업체인 일렉트로닉 데이터 시스템즈(EDS)를 139억달러에 인수키로 했다고 밝혔으나 성장이 둔화되는 사업을 인수한 것에 대한 투자자들의 회의론이 불거지면서 주가는 5% 하락했다.

한편 미 상무부가 이날 발표한 미국의 4월 소매판매(계절조정치)는 0.2% 감소했으나 월가 전망치인 0.3% 감소보다는 괜찮았고 자동차를 제외할 경우에는 0.5% 증가해 전망치(0.2%)를 웃돌아 소비위축에 대한 우려를 낮췄다.

또 3월 미국의 기업판매는 1% 증가해 지난 1년간 가장 낮은 증가율을 기록했고 미국의 4월 수입물가는 고유가 영향으로 1.8% 상승했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ju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