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의 악몽이 재연되나.'

11일 유가증권시장이 코스피지수 1700선을 코앞에 두고 다시 1650선 밑으로 떨어지자 이 같은 우려가 시장에서 나오고 있다.

하지만 가격 측면에서 1600대는 메리트가 있다는 시각에 대부분 공감하는 분위기여서 1월처럼 지수가 크게 떨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일부 전문가는 이미 바닥을 확인했으며 정보기술(IT)주를 중심으로 저가 매수에 나서야 한다는 낙관론도 제기하고 있다.


◆바닥 다지는 과정

이달 들어 매도 강도를 낮추던 외국인이 5000억원 정도의 순매도를 나타낸 것이 주가 하락의 결정적 요인이었다.

하지만 지수 하락이 이미 어느 정도 예고된 데다 뉴욕 증시의 하락폭보다 작은 데 대해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분위기다.

박석현 유진투자증권 책임연구원은 "상황 자체가 나아진 건 없지만 가장 큰 변수인 미국 악재가 주가에 상당부분 반영됐다는 점이 긍정적"이라며 "미국 채권보증업체들의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도 불안 요인이긴 하지만 정치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해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더 이상 악재가 아니다"고 말했다.

김학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도 "현재 우리나라 증시는 세계 경제의 신용경색 문제와 물가 상승 부담 등으로 국내 펀더멘털과 관계없이 언더슈팅(지나치게 떨어진)된 상태"라며 "적정 코스피 지수 저점인 1715를 하회했고 1600선을 전후로 강한 지지가 확보된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상황이 개선되는 건 시간 문제"라며 바닥 확인론에 힘을 실었다.

그는 다만 외국인의 지속적인 매도세가 걸림돌이라고 덧붙였다.

◆저점 매수 VS 관망 지속

전문가들은 1600선이 바닥이라는 데는 대체적으로 공감하고 있지만 언제,얼마나 오를지에 대해선 시각이 엇갈린다.

서용원 현대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미국 등 세계 증시에 비해 덜 빠졌다고 해서 상대적으로 더 오를 것이라고 낙관할 수는 없다"며 "연휴 기간 미국 경기 침체의 본격적인 시작을 확인했고,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등 금융시장 혼란이 아직 변수로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서 본부장은 이어 "금융시장 혼란이 마무리된 걸 확인한 뒤에 단기랠리를 기대해도 늦지 않다"고 덧붙였다.

원종혁 SK증권 연구원은 "기존 미국 금융문제에다 원ㆍ달러 환율 강세(원화의 달러화에 대한 평가절상) 등이 대외 여건을 계속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금은 반등을 기대하기보단 긴 박스권을 향한 증시의 내성을 다지는 단계"라고 정의했다.

박상현 CJ투자증권 연구원도 "미국 금리 인하 정책이나 중국의 긴축정책이 실효를 거두려면 물가 안정이 전제돼야 한다"며 "최근 불거진 유가와 농산물의 가격 상승은 물가 안정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가격 메리트가 충분한 만큼 실적 개선주나 IT주,중국 관련주를 중심으로 저가 매집에 나서야 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학주 센터장은 "급락과정에서 선전해온 IT업종이 앞으로 반등 시점에서 증시를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며 "하향세로 돌아선 IT 재고지수가 이를 방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석현 연구원은 "작년 말부터 미국에 집중된 관심의 초점이 2분기부터는 다시 중국으로 옮겨갈 것"이라며 "중국 정부의 긴축정책 완화에 힘입어 운송 조선 등 중국 관련 대표주들이 주목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