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조선주가 이틀째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현대중공업 -5.75%, 삼성중공업 -0.53%, 대우조선해양 -1.16%, 현대미포조선 -7.14%, STX조선 -5.26%, 한진중공업 -3.56% 등 대부분 낙폭을 줄이지 못하고 마감했다.

불과 사흘 전까지만 해도 지난해 전세계 건조량의 1~6위를 국내 조선사가 휩쓸었다는 소식이 들리는 등 자신만만하게 반등하던 것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현재 조선주 우려 요인으로 부각되는 것은 대표적인 조선업황 지표인 BDI(벌크선운임지수)가 꺾였다는 점이다.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최근 BDI 폭락으로 인해 지난주 벌크선 중고선가가 하락했고, 이번주 들어서는 케이프사이즈급 벌크선 신조선가가 전주대비 200만달러나 떨어졌다.

벌크선 운임 지수가 오르는 것은 벌크선으로 옮길 원자재 수요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라 벌크선 발주 증가로 이어진다. 때문에 BDI 상승은 조선시황이 좋다는 얘기다. 그런 BDI가 주춤하다니 불안심리가 생긴 것이다.

그러나 전체 조선업황으로 볼 때 그렇게 나쁘게 볼 필요는 없다는 의견들이 많다.

신영증권의 조용준 리서치센터장은 지난 27일 “벌크선 시황은 약세지만 탱커 수요 회복으로 신조선 수요가 여전히 강세”라며 조선업종이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지속했다.

우리투자증권의 송재학 애널리스트도 비슷한 이유에서 “벌크선 부문의 약세는 부정적이지만, 이를 전체 조선산업에 대한 하락기조로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전문분석기관 클락슨이 집계한 바와 같이 지난해 우리 조선업계가 전세계 수주량, 건조량, 수주잔량 측면에서 1위를 고수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요는, 주춤해진 벌크선 시황보다 탱커 수요 회복이라는 긍정적 요인이 조선시황을 꾸준히 밀어올릴 것이라는 낙관론인 셈이다.

이 같은 낙관론은 모두 조선담당 애널리스트들이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조선업종 애널리스트가 아닌, 전체 시장을 보고 투자전략을 고민하는 스트래터지스트의 분석 가운데 곱씹어 볼 만한 의견이 있어 소개한다. 삼성증권 김학주 리서치 센터장의 의견이다.

김 센터장은 지난 25일 “유럽계은행들의 부실이 조선주를 흔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분석의 실마리는 얼마 전 프랑스 2위 은행인 SG(소시에떼제네랄)에서 선물거래 담당 직원이 엄청난 거액 선물투자를 실패한 사건이었다. 이 직원 때문에 SG가 입은손실은 무려 49억 유로(약 7조원)에 달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SG는 이 사건과 서브프라임 부실 등을 감안해 55억 유로(약 8조원)가량의 자금을 조달하기로 했다고 한다.

김 센터장은 선주들이 선박금융을 주로 유럽계 은행에서 이용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유럽계 은행의 부실은 선박발주의 어려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었다.

김 센터장은 SG 사건이나 서브프라임과 관련된 유럽계 은행들의 부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미국은행들의 서브프라임 관련 부실 고백은 브랜드 가치 덕분에 아시아, 중동의 국부펀드로부터 자금수혈을 쉽게 받았지만 유럽은행들은 그렇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그 만큼 문제해결 기간이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는 판단이다.

어쩌면 조선업황 자체는 큰 문제가 없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주가를 움직이는 것은 개별 업황만이 아니라, 기업을 둘러싼 시장 환경, 투자심리라는 점도 투자자들이 염두에 둘 필요는 있는 것 같다.

한경닷컴 이혜경 기자 vix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