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았지만 주식시장의 분위기는 영 암울하다.

첫 거래일을 전례없는 급락세로 마친 코스피는 개장 이틀째인 3일에도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 현재 코스피는 전일 대비 20포인트 떨어진 1833.05P를 기록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낙폭이 적긴 하지만 코스닥도 0.42% 밀려난 704.13P로 나흘만에 내림세를 나타내고 있다.

프로그램 매물 출회가 전날에 비해 줄어들기는 했지만, 유가 급등과 美 증시 하락 등 해외 악재들이 부각되며 시장이 몸살을 앓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금융 시장이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 등 대외 변수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에서 당분간 주식시장은 힘을 쓰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증시 전문가들은 길게 보면 시장이 좋아질 것이라며 투심을 달래고 있지만, 당장 눈앞에서 수익률이 왔다갔다하는 투자자들 입장에선 단기적인 시장 흐름에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다.

한편 지수는 비실대고 있지만 개별 종목들의 차별화된 움직임은 이어지고 있다.

전날에 이어 신정부의 대운하 수혜주가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고, 고유가에 따른 대체 에너지 관련주 등의 움직임이 눈에 띈다.

굿모닝신한증권은 "당분간 이처럼 지수보다 종목 중심의 차별화된 장세가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숲보다는 나무에 중점을 두고 접근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런 경우 대형 우량주에 우선 눈길이 가게 마련이다.

프로그램 매물에 밀려 주가가 당분간은 제한적인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높지만, 변동폭이 상대적으로 적고 실적 등 펀더멘털이 뒷받침되는 성장주이자 가치주라는 점에서 대형주가 매력적이란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문제는 단기 수익률이 나빠질 경우 투자심리도 그만큼 악영향을 받게 되고, 이는 시장의 추가 하락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미래에셋증권 이진우 연구원은 "눈높이가 낮아졌지만 올해 증시도 기대를 걸어볼만하다"면서 "다만 심리적인 쏠림 현상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인내를 가지고 조정 국면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도피처'가 필요하다.

지금과 같은 약세장에서 눈에 들어오는 대안은 중소형주들이다.

한양증권 김지형 연구원은 "지난해 연간 상승률에서 상대적으로 뒤졌던 코스닥 시장이 최근 선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형주보다는 중소형주를 공략하는 것이 유리해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코스닥 시장에선 NHN과 SK컴즈 등 대표 종목들은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펀드 중심의 시장 재편 결과로 근본은 흔들리지 않겠지만, 불안정한 대외 여건 속에 정책 수혜주와 M&A 등 테마주들은 프로그램의 영향권에서 적절한 피신처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투자증권도 "프로그램 매물 부담이 없는 중소형주나 코스닥 종목 가운데 펀더멘털이 양호하고 기관이 선호하는 종목들에 선별적 관심을 가지는 것이 단기적인 수익률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소형주들은 대형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크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유진투자증권은 "최근 뚜렷한 상승 모멘텀이 없는 가운데 신정부 출범에 따른 정책적 수혜 기대감이 일부 업종에 국한돼 나타나고 있다"면서 "이는 무분별한 테마주의 양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테마주들의 부각은 일시적으로 지수 하락을 방어하고 증시를 부양시키는 효과가 있기는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실적 모멘텀 등 상승 요인이 충분한 종목들을 선별해 낙폭 과대주 중심으로 접근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소나기가 내릴 땐 일단 피하고 볼 일이라는 권고인 셈이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