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대규모 프로그램 매물로 추락했다.

21일 꼬리(선물옵션시장)가 몸통(현물시장)을 뒤흔드는 '왝더독' 충격에 코스피지수는 65.25포인트(3.49%) 하락했다.

외국인과 개인의 주가지수선물 동시 순매도로 인해 시장베이시스(선물과 현물간 가격 차)는 축소됐고 이는 대규모 프로그램 매물을 촉발시켰다.

이날 출회된 프로그램 순매도(비차익 포함) 8849억원은 사상 최대였다.

전문가들은 이날 차익 매물만 9000억원 가까이 쏟아져 추가로 나올 청산 물량은 많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시장 전망이 불투명해 시장베이시스가 백워데이션(선물 저평가)으로 접어들 경우 신규 매도차익 거래에 따른 추가 매물 부담의 가능성은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외국인ㆍ개인 선물 매도 프로그램 매물 불러

이날 프로그램 매물 폭탄을 이끌어 낸 것은 외국인이었다.

외국인은 선물시장에서 4833계약을 팔아치웠다.

지난 16일 이후 선물시장에서 나흘째 '팔자'에 나서 시장 전망을 어둡게 했다.

이 기간에 1만4000계약 이상을 순매도했다.

일반적으로 외국인과 다른 방향성 매매를 보인 개인이 외국인과 함께 순매도에 나서 충격을 더했다.

개인도 2762계약을 순매도했다.

심상범 대우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외국인과 개인이 선물 '매도'로 뭉치면서 오후 1시부터는 시장베이시스가 백워데이션으로까지 돌아섰다"며 "현·선물 간 가격 차를 이용한 프로그램 차익 기회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매수차익 거래 잔액은 전일 5조1430억원에서 5조800억원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 전망이 어두워지면서 인덱스펀드의 현물 청산도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원상필 동양종금증권 연구위원은 "시장이 연말까지 하락 추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인덱스펀드나 시장중립형펀드가 연말 배당을 포기하고 현물을 팔아 선물을 매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선물은 '레버리지 효과'가 있어 적은 비용으로 지수를 추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로그램 매물 추가 부담은 크지 않을 듯

매수차익 거래 잔액 수준을 고려할 때 추가적으로 쏟아질 프로그램 매물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장은 "지난달 초 매수차익 거래 잔액이 6조원을 넘어선 경험도 있어 현 수준은 부담스러운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원 연구위원도 "현재 차익잔액에는 허수도 많고 이날 1조원 가까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급한 불은 꺼진 것으로 보인다"며 "차익 거래가 시장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신규 매도차익 거래를 우려하는 분석도 있다.

심 수석연구위원은 "선물을 사고 현물을 파는 매도차익 거래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며 "6조원이 넘는 인덱스펀드 중 3조~4조원 정도는 새롭게 매도차익 거래에 나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시장베이시스가 백워데이션으로 접어들 경우 매도차익 거래 물량을 우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