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못한 빠른 주가 상승이 주가수익비율(PER),주가순자산비율(PBR) 등 증시 지표의 급등세로 이어지며 투자심리에 부담을 주고 있다.

주가 수준의 적정성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인 두 지표는 사상 최고치 수준으로 높아진 상태다.

랠리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속단하기 힘든 것처럼 지표에 대한 해석도 제각각이다.

'악재가 거의 없어 추가 상승이 가능하다'는 분석과 '불가피하게 쉬어가는 국면이 전개될 것'이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게다가 4일 중국 증시가 급락하면서 우리 증시도 장중 31포인트의 심한 변동폭을 보여 향후 장 흐름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 증시 저평가 매력 감소

가파른 주가 상승으로 자산 대비 주가 수준을 의미하는 PBR는 사상 최고치를 돌파했다.

유가증권시장 PBR는 1.72배로 역사적 고점을 뚫고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전 최고치인 2000년 1월 1.61배는 지난달 21일 뛰어넘었다.

수익을 기준으로 한 주가 수준인 PER도 경쟁국보다 높아져 16배에 달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남우 메릴린치증권 전무는 "78개 주요 상장사의 1분기 실적을 반영한 올 예상수익을 기준으로 PER를 산출한 결과 16배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전년 대비 올 수익증가률 전망치가 연초 18%에서 지금은 5%로 13%포인트 낮아진 반면 주가는 20% 넘게 급등해 2000년 이후 최고 PER를 기록 중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대만 15배,홍콩 11배 등 경쟁국보다 높으며 선진국 수준에 육박한다.

그는 "모건스탠리(MSCI)에서 발표하는 한국 증시 PER가 12~13배 수준으로 낮게 집계되는 것은 최근 실적을 감안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열' vs '심리적 부담 완화'

증시 주요 지표의 고공비행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지나친 과열'이라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저항선을 돌파했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추가 상승이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전무는 "한국 증시의 큰 장점이던 저평가 매력이 감소해 조정 국면을 맞이할 것"이라며 "기업수익 개선이 가시화될 때까지는 차익 실현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보기술(IT)기업 등의 수익이 급감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 증시의 PER는 결코 낮지 않은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김주형 동양종금증권 전략가도 "4개월째 지속된 가파른 상승으로 여러 지표들이 상승 채널 상단에 근접해져 있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상승에 대해서는 낙관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게다가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신용잔액 규모도 지난 1일 사상 처음으로 5조원을 돌파,5조530억원을 기록하면서 조정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모건스탠리증권은 강한 유동성 장세가 더 이어질 수 있지만 신용잔액의 급격한 증가가 예상보다 더 가파른 조정을 불러올 수도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글로벌 증시 상승을 이끌어왔던 중국 증시의 급락도 부담이다.

반면 조윤남 대신증권 투자전략부장은 "고평가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미국의 PBR가 3.0배에 이르고 일본 2.1배,독일 2.0배,중국이 4.8배라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 상승 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2000년 이후 7년간 저항선으로 작용했던 PBR 1.6배를 돌파한 점은 심리적인 부담을 약화시키며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김동환 하나금융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자금 유입이 지속되고 있어 속도는 둔화하더라도 상승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백광엽/서정환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