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펀드'로 알려진 한국지배구조개선펀드(KCGF)가 8번째 투자기업으로 벽산건설[002530]을 선택한 배경이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장 펀드는 가산가치에 비해 주가가 현저히 저평가된 종목에 주로 투자했으나 벽산건설은 주당순자산가치(8천원)보다 현재 주가(9천원)가 높아 자산가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선 장 펀드가 벽산건설을 선택한 것은 벽산그룹 지배구조의 약한 고리인 인희와 벽산건설의 거래관계를 집중 공략하면 적지않은 수확을 챙길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5일 장 펀드가 전체 지분의 5.40%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한 벽산건설은 작년 말 기준 도급 순위 24위의 중견 건설업체로 '블루밍'으로 대표되는 주택사업을 주력으로 삼고 있다.

2005년 기준 매출액 7천597억원, 순이익 343억원으로 장 펀드가 투자한 기업 가운데는 덩치가 가장 큰 편이다.

그러나 장 펀드가 과거 타킷으로 삼은 회사들과 달리 벽산건설은 현재 주가 기준 자산가치가 높지 않은 편이다.

전현식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대형 건설업체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이상이지만 중소형업체는 대체로 1배 미만"이라며 "벽산건설은 중소형 업체이면서 자산가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주택경기 하락 여파로 최근 실적이 악화 추세를 보이고 있어 당장은 투자가치가 높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장 펀드가 벽산건설의 자산가치나 성장성을 높게 평가했다기 보다는 벽산그룹 지배구조의 약한 고리를 건드려 주가를 부양할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벽산건설에 따르면 장 펀드는 인희가 과거 벽산건설과의 거래를 통해 얻은 이익을 환원하는 차원에서 인희가 보유한 벽산건설 553만194주(20%)를 무상소각하고 올해 3월 주주총회 전까지 둘 사이의 모든 거래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벽산건설의 최대주주인 인희가 시장가치로 500억원에 달하는 벽산건설 지분을 무상소각할 경우 주가에 호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최대주주가 지분의 20%를 무상소각할 경우 나머지 주주들의 지분율이 상승해 보유주식의 가치가 상승하기 때문이다.

벽산건설로서는 구사주가 워크아웃을 거친 이후에도 지배권을 유지한 점과 그룹 오너들이 최대주주로 있는 인희가 벽산건설과 거래관계를 이어오고 있다는 점이 공격의 빌미가 될 수 있다.

인희는 벽산건설이 워크아웃에서 졸업한 이후인 2004년 4월 우리은행 등 6개 출자금융기관으로부터 벽산건설 주식 1천932만6천499주를 취득했으며 현재 이 회사 주식 1천440만6천370주(52.10%)를 보유하고 있다.

벽산그룹 김희철 회장과 특수관계인들이 전체 지분의 75.9%를 보유한 인희가 벽산건설을 지배하고, 벽산건설이 ㈜벽산 등 6개 벽산그룹 계열사를 지배하는 방식으로 벽산그룹 오너 집안은 워크아웃 이후에도 지배권을 유지할 수 있었다.

따라서 벽산그룹이 지배권을 유지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인희가 핵심 계열사인 벽산건설에 철근과 레미콘 등 건설자재를 공급하고 있다는 점을 장 펀드 쪽에서 집중 추궁할 공산이 크다.

이에 대해 벽산그룹 쪽은 벽산건설과 인희와의 거래관계에는 아무런 법적인 문제가 없으며 따라서 장 펀드가 요구한 인회의 벽산건설 주식 무상소각 요구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ho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