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산그룹 지배구조 둘러싸고 신경전 예고

'장하성펀드'로 알려진 한국지배구조개선펀드(KCGF)가 벽산그룹의 지배구조개선을 전면에 내세우며 핵심 계열사인 벽산건설 지분의 5% 이상 취득한 것으로 확인됐다.

장 펀드의 요구사항에 대해서는 벽산그룹 쪽에서 당장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둘 사이의 신경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5일 증권업계와 벽산건설에 따르면 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KCGF)는 중견 건설업체인 벽산건설[002530] 지분을 5% 이상 취득했다.

벽산건설 고위 관계자는 "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 쪽에서 지분을 5% 이상 보유한 사실을 회사측에 통보하면서 벽산건설과 그룹 계열사인 인희와의 모든 거래 중단과 이사회 참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 펀드는 벽산건설의 최대주주인 인희와 벽산건설과의 거래는 불필요하며 벽산건설의 가치를 유출시키는 부적절한 거래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측에 따르면 인희가 과거 벽산건설과의 거래를 통해 얻은 이익을 환원하는 차원에서 인희가 보유한 벽산건설 553만194주(20%)를 무상소각하고 올해 3월 주주총회 전까지 둘 사이의 모든 거래를 중단하라는 게 이 펀드의 요구사항이다.

또 펀드측은 벽산건설의 이사회 구조에 대해서도 문제제기하면서 최소한 펀드가 추천하는 1명을 사외이사로 선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벽산건설 측은 사외이사 선임 문제는 2대주주인 KTB네트워크(지분율 8.8%)와 협의가 필요한 사항이며 인희와의 거래중단이나 주식 무상소각 요구는 당장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인희는 벽산그룹 김희철 회장과 특수관계인들이 전체 지분의 75.9%를 보유한 회사로 핵심 계열사인 벽산건설에 철근과 레미콘 등의 건설자재를 공급하고 있으며 벽산건설 주식 1천440만6천370주(52.10%)를 보유하고 있다.

회사측은 인희는 벽산건설의 주식을 취득하기 이전부터 55년간 건설자재 유통업을 영위한 업체로 벽산건설의 자재조달에 기여해왔다는 입장이다.

또 사외이사 선임문제도 현재 7명의 이사진 가운데 2대주주인 KTB네트워크가 3명의 사외이사를 차지하고 있어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벽산건설 쪽은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ho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