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주들이 작년 4분기 악화된 실적을 줄줄이 공개하고 있다. LG전자와 SK㈜ 삼성테크윈 LG상사 등이 이미 우울한 성적표를 내놓은 데 이어 24일에도 국내 양대 이동통신사업자인 SK텔레콤과 KTF가 실망스러운 실적을 발표했다.

삼성SDI도 4분기 대규모 손실을 냈다. 작년 말 환율 급락 등으로 일각에서 실적 우려가 있었지만 막상 현실로 확인되자 증시 분위기는 가라앉은 느낌이다.

하지만 이날 증시는 기업들의 잇단 '어닝 쇼크'에도 오랜만에 강세를 보였다. 코스피지수는 프로그램 매수에다 최근 낙폭 과대에 따른 저가 매수가 유입되며 20포인트 가까운 급반등을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4분기 실적 악화는 상당부분 주가에 반영됐다며 어닝 모멘텀이 되살아날 가능성에 주목할 것을 권했다.

◆ 대형주 실적쇼크 우려 현실로

SK텔레콤은 작년 4분기 매출이 2조7597억원으로 전년 대비 소폭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5388억원으로 17.7% 줄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전 분기에 비해서도 28.9% 감소한 것으로 시장 평균 추정치인 6565억원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통신담당 애널리스트들은 "마케팅비 증가 등으로 저조한 실적을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KTF도 작년 4분기 매출이 1조644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가량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810억원으로 15.6%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삼성SDI는 작년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조5789억원,23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7%,83.4% 감소한 데 이어 경상이익과 순이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이들 대형주의 올 실적 전망과 목표주가를 줄줄이 하향 조정하고 있다. 이미 작년 4분기 대규모 영업손실을 공개한 LG전자에 대해 대신증권 대투증권 골드만삭스 등이 일제히 올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를 내리고 목표주가도 6만원대 밑으로 낮췄다. SK텔레콤의 경우 우리투자증권에서 수익 전망을 하향 조정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 올 1분기는 나아질 듯

대형주의 잇단 어닝쇼크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는 침체된 시장을 더 짓누르는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이에 대해 투자전략가들은 의외로 긍정적이다. 천대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까지 4분기 실적을 발표한 73개 상장사를 중간 집계한 결과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이 전체적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가량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며 "이 정도는 예상했던 범위며 연초 개별 종목의 주가 급락 과정에서 충분히 선반영됐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김지환 현대증권 산업분석팀장은 "기업들의 전체 실적흐름을 분기별로 보면 작년 3분기가 가장 좋지 않았으며 4분기도 환율 악재로 회복 시점이 지연되고 있다"며 "그러나 올 들어 환율과 유가가 안정됨에 따라 1분기 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증가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따라서 "이익 모멘텀이 되살아날 업종이나 종목을 중심으로 선별 매수가 유리하다"며 업황이 유지되는 조선업종과 손해율 개선이 뚜렷한 보험업종,업황 개선이 기대되는 화학업종 대표주를 유망주로 꼽았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