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 공백에 따른 약세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이 유일한 주식 매수 세력으로 등장하고 있다.

19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기관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올 들어 이날까지 1조4882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수급 악화의 장본인 역할을 했다. 외국인은 609억원 순매수였지만 적극 매수라기보다는 급락 시마다 소극적인 저가 매수에 그치고 있다.

이에 비해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분은 같은 기간 4226억원에 달했다. 자사주 매입이 겨우 시장을 떠받치고 있는 셈이다. 지난 18일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개인은 400억∼600억원가량씩 매도 우위를 보였다. 기관은 300억원 정도 순매수로 잡혔지만 1000억원 이상의 프로그램 매수분이 포함된 것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기관도 700억원가량 매도 우위로 파악된다. 증시의 세 주체가 모두 주식을 판 것이다.

그런데도 이날 코스피지수는 3.73포인트 올랐다. 비밀은 바로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에 있다. 이날 삼성전자 등 상장사들은 745억원어치의 자사주를 장내에서 사들였다. 결과적으로 외국인과 기관 개인의 매물을 자사주가 받아내면서 지수를 강보합으로 유지시킨 것이다. 하지만 19일의 경우는 주가가 장 초반부터 급락하면서 자사주 매입 체결 물량이 줄어들어 지수 하락을 방어하지 못했다.

김주형 동양종금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연초 예상치 않게 주가가 큰 폭의 조정을 받자 기업들이 잇달아 자사주 매입 일정을 앞당기고 있다"며 "당분간 뚜렷한 매수 주체 부각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의 자사주 매입이 유일한 매수 세력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