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자재값 급락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원자재값 급락이 세계경제 둔화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주식시장에 독(毒)이 될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이 있는가 하면 원자재값 하향 안정세가 인플레이션 우려를 차단해 주식시장에 약(藥)이 될 것이라는 긍정론이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원자재값 하향 안정..주식시장에 호재" = 13일 코스피지수는 국제유가 급락 소식에 사흘 만에 반등에 나서 전일 대비 5.09포인트(0.38%) 오른 1,333.13에 마감했다.

전날(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10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 중질유(WTI)는 1.85달러(2.8%) 급락한 배럴당 63.76달러로 지난 2월15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제유가는 이달 들어 6.50달러(9.3%)나 급락했으며 이에 따른 영향으로 아연과 알루미늄, 주석 등 비철금속 가격도 대체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단기적으로는 원자재값 하락이 기업실적 및 무역수지 개선, 나아가 한국경제에 긍정적이기 때문에 주식시장에도 호재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박석현 교보증권 수석연구원은 "유가급락 호재로 미국 증시가 상승세로 돌아섬에 따라 단기적으로 조정을 받았던 국내 증시도 반등했다"며 "원자재가격 안정은 한국경제와 주식시장에 호재"라고 진단했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도 "최근 유가급락은 경기둔화를 강하게 반영한 것이라기보다는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 감소 때문"이라며 "따라서 국제유가를 비롯한 원자재가격 하락은 인플레이션 우려를 차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증시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거들었다.

◆"세계경제 둔화 반영한 것..주식시장에도 부정적" = 그러나 원자재값 급락은 세계경제 둔화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주식시장에 위험신호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조재훈 대우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유가급락은 지정학적 위험 완화에 따른 투기자금 이탈과 세계경제 둔화를 동시에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추가 급락은 주식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원자재값 하락이 세계경제의 본격적인 둔화 신호로 인식될 경우 주식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20일(현지시간)에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는 미국경제의 둔화가 우려된다는 측면을 강조하며 금리를 동결할 경우 국내외 증시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모건스탠리도 최근 보고서에서 세계경제 둔화에 따른 원자재값 하락이 한국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원자재값 하락만 믿고 추격 매수에 나서는 것은 위험하다고 조언한 바 있다.

대우증권 조 부장은 "원자재값은 방향보다는 속도가 문제"라며 "급격한 하락이 아닌 완만한 속도조절이 나타날 경우 세계경제의 연착륙으로 인식돼 국내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ho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