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시 전반에 대해 매도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최근 KT&G[033780]와 쌍용차[003620] 등 '모멘텀 상실주'에 대한 매도세를 대폭 늘려나가고 있다.

반면, '장하성 효과'를 한껏 누리고 있는 태광그룹주들에서는 근래에 보기드문 대량 매수흐름이 포착돼 초강세를 이어가고 있는 이들 종목의 기세가 더욱 살아나는 모습이다.

◆ 재료 상실 KT&G. 불확실 쌍용차, '팔자' =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해부터 KT&G 경영진과 신경전을 벌여오던 스틸파트너스측 공세가 소강국면에 접어든 이후 꾸준히 KT&G의 비중을 줄여 지난 3월말 정기 주주총회시 61%에 달했던 외국인 지분율은 회사측이 주주가치 제고안을 발표한 이달 9일에는 56.9%까지 감소했다.

이어 외국인들은 시장 안팎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은 KT&G측의 중장기 주주가치 극대화방안이 제시된 이후 오히려 '팔자'에 가속도를 붙이면서 이 비율은 다시 54%대(28일 장 마감기준)까지 하락했다.

주주가치 제고방안 발표시 6만원을 돌파했던 KT&G의 주가도 28일에는 장중 5만4천원대까지 급락한 데 이어 반등시도가 이뤄지고 있는 29일 오전 11시15분 현재에도 5만6천700원으로, 불과 10여일전의 고점에 비해 크게 부진한 모습이다.

하지만 국내 증권사들은 단기물량부담에 지나치게 연연하지는 말라는 입장이다.

한누리투자증권은 이날 보고서에서 "아이칸과 스틸파트너스의 의결권 공동행사계약 종료로 인한 급락은 매수기회"라며 "스틸파트너스측의 주식매각 가능성이 있으나 KT&G의 자사주 매입이 이를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대주주인 중국 상하이차와 노조간의 노동조건과 기술유출문제에 대한 극단적 시각차로 노사분규가 벌어지고 있는 쌍용차에 대한 외국인의 시각도 싸늘하다.

노사간 갈등이 표면화된 7월 하순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이 적극 매도에 나서면서 지난달 하순 77%에 이르렀던 외국인 지분율은 전날인 28일 한 달이 채 못돼 75%대로 떨어졌다.

쌍용차의 주가는 지난 25일 노사협상 잠정타결로 6%대 급등했다 합의안이 노조의 찬반투표에서 부결되면서 28일 7%나 폭락세를 보인 뒤 이 시간 현재 5%대나 재반등하는 '롤러코스터'현상을 보이고 있다.

◆ 대한화섬.태광산업 대거 매수 '눈길' =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매도세를 지속하고 있는 와중에도 '장하성 펀드'(KCGF.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의 첫번째 지배구조 개선 대상으로 지목된 대한화섬[003830]에 대해서는 대거 매수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27일까지 이 회사의 외국인 지분율은 '장하성 펀드'의 보유분 5.15%를 포함, 총 5.46%에 불과했다.

'장하성 펀드'를 제외한 외국인 지분은 거의 없었던 상황인 셈이다.

하지만 28일 외국인의 사각지대였던 대한화섬에 1만4천985주의 외국인 순매수가 형성되며 외국인 지분율은 6.59%로 훌쩍 뛰어올랐다.

이 펀드를 주도하고 있는 장하성 교수가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한화섬의 추가 매수는 없을 것이라고 공언한 점을 감안하면 평가차익을 노린 새롭게 등장한 외국인의 대량 순매수는 단기차익을 노린 외국인 매수세가 달라붙었을 가능성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이런 현상은 아직 이 펀드의 명시적 공격대상이 아닌 태광산업[003240]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27일까지 외국인 지분율이 5.7%에서 장기간 정체돼있던 태광산업에는 같은 날인 28일 역시 1만241주의 대규모 외국인 순매수가 나타나며 외국인 지분율이 하루만에 6.65%로 치솟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장하성 펀드'의 영향력을 틈탄 외국인 단기 투자자일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장하성 펀드'의 보유사실 공시전 하루 거래량이 1천주를 밑돌던 종목에서 외국인들이 불과 하루사이 1만주가 넘는 지분을 순매수할 수 있었다는 것은 주식의 유통상태와 회사의 지분구조를 감안할 때 이해하기 쉽지 않은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수 기자 jski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