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매도공세가 4개월째 이어지며 매물이 1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시장개방 이후 최대 규모다.

보유주식을 처분하고 한국을 떠나는 '셀(sell) 코리아'에 대한 우려감이 들 정도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외국인 매물공세가 막바지 국면에 진입했으며,설령 매도가 좀 더 이어지더라도 장세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진단했다.

특히 외국인은 매물공세에도 불구하고 핵심 내수주와 턴어라운드주에 대해 꾸준한 매수 움직임을 보여 주목된다.

○4년 만에 한국비중 하향

전 세계 이머징마켓에 투자하는 외국펀드들이 7월부터 한국주식 편입비중을 시장비중보다 낮게(Underweight) 하향 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머징마켓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17% 정도인데,실제 한국주식 편입비중은 이보다 2~3%포인트가량 낮은 14~15%에 그치고 있다는 뜻이다.

이처럼 한국증시가 언더웨이트된것은 2002년 카드위기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시장비중보다 10%포인트까지 높은(Overweight) 특급대우를 받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경험이다.

이남우 메릴린치증권 전무는 "한때 외국자금이 몰리던 인도마저 언더웨이팅되는 등 외국펀드들은 5월 이후 국제금융시장의 변화에 순응해 포트폴리오를 조정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증시는 이머징마켓 중 최대규모여서 포트폴리오 조정의 악영향을 가장 심각하게 겪고 있다"며 "한국의 강점인 정보기술(IT)경기가 부진한 점도 과도한 포트폴리오 조정의 배경"이라고 진단했다.

○내수·턴어라운드주는 매수 중

하지만 전문가들은 외국인 매도공세가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외국펀드들이 언더웨이팅을 염두에 두고 이미 5월부터 매도에 나서며 유가증권시장에서 9조5707억원어치의 대규모 매물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이는 연속 매도로만 따지면 사상 최대 규모다.

이남우 전무는 "언더웨이팅이 시작된 지난 5월부터 매도행진이 이어져 지금은 매도국면의 끝자락"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외국인은 대규모 차익실현 움직임 속에서도 경기변동에 대한 의존도가 낮은 내수주와 턴어라운드주를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매도가 본격화된 4월25일부터 7월 말까지 약 100일간 외국인은 KT를 1368억원어치 사들이며 순매수 1위에 올려놓았다.

오리온(674억원) 신세계(636억원) 우리투자증권(501억원) 등 우량 내수주들도 매수리스트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엔지니어링 삼성테크윈 LG카드 등 턴어라운드 기대주들도 외국인 쇼핑리스트에 포함됐다.

임정석 NH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경기둔화의 영향에서 한 발짝 벗어나 있는 우량내수주와 턴어라운드주에 주목하다 외국인 매물이 잦아들 즈음 하반기 이익증가율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IT 산업재 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