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펀드들이 국내 증시의 중소형종목들을 중심으로 다시 활발한 입질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지난달 조세회피지역으로 지정한 말레이시아 라부안지역의 매수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

17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바하마와 버뮤다, 케이만군도 등에 국적을 둔 코어베스트, 산사캐피탈 스페셜 오퍼튜니티, 트라이엄프 인베스트먼트 등이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5% 이상 지분을 확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투자회사 코어베스트 파트너스는 지난달 28일 특수관계인인 코어베스트 뉴프론티어 파트너스와 함께 더존디지털웨어 지분을 추가 매수해 지분율이 종전 5.04%에서 6.50%로 늘었다고 공시했다.

지분보유사실을 공시한 코어베스트 파트너스는 바하마 국적이며 특수관계인 코어베스트 뉴프론티어 파트너스는 국적이 케이만군도다.

코어베스트 파트너스는 이달 10일에는 보령제약 지분을 5.44%에서 7.28%로 늘렸고 코어베스트 뉴프론티어는 건설화학 지분 5.41%를 새로 매수해 주요 주주가 됐다.

크라운제과와 FnC코오롱 매수에 나선 운용회사 산사캐피탈은 뉴욕 소재 미국법인이지만 실제 주인인 펀드 산사캐피탈 스페셜 오퍼튜니티 마스터펀드의 국적은 케이만군도다.

이 펀드는 지난달 30일 FnC코오롱 지분을 종전 5.22%에서 6.42%로 늘린 데 이어 11일에는 크라운제과를 장내 매수해 5.98%를 보유하고 있다고 처음 공시했다.

코스닥시장에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사모투자펀드 DKR사운드쇼어 역시 운용을 맡은 DKR오아시스 매니지먼트 컴퍼니가 미국 국적이지만 펀드는 버뮤다에 적을 두고 있다.

이 회사는 티엔터테인먼트의 전환사채권(CB) 인수와 권리행사 등을 통해 지난 4일 총지분율이 12.43%에서 15.28%로 높아졌고 세신과 한성에코넷 등에도 역시 CB인수를 통해 지분율을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 상반기 1천300만달러 규모의 VK 전환사채를 인수했던 이 사모펀드는 VK가 부도직전이었던 지난 3∼5일 갖고 있던 VK 보통주 512만주를 대량 처분, 손실을 최소화해 정보를 먼저 입수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 밖에도 KT&G와 경영권 장기분쟁에 들어간 아이칸파트너스도 회사 국적은 미국이지만 KT&G 지분매수 주체인 아이칸 파트너스 마스터 펀드 리미티드 파트너십은 케이만군도에 적을 두고 있다.

정부가 조세회피지역 소재 투자자들에 대한 원천과세방침을 천명한 뒤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행렬이 줄을 잇던 지난 5월 증시에서는 룩셈부르크와 케이만아일랜드, 바하마, 버진아일랜드 등지의 자금들이 1조원이 넘는 순매도를 기록한 바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식 매각차익에 원천징수절차 특례제도가 적용되는 지역이 일단 라부안으로 한정되면서 여타 조세회피지역에 설정된 펀드들이 자사의 영향력으로 수익률을 올리기 쉬운 종목들에 대해 다시 접근을 시도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수 기자 jski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