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기업들이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협으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형태의 주식 발행이 가능해진다.

정부는 23일 한명숙 국무총리 주재로 규제개혁장관회의를 열어 강제 전환·상환부 주식과 의결권 제한 주식의 발행을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기업공개 및 시장제도 개선 방안'을 확정했다.

이번 개선 방안은 내달 중 세부 추진 계획을 수립,올 3분기까지 관련 법령을 개정해 시행하기로 했다.

강제 전환·상환부 주식은 의결권 있는 보통주로 발행된 후 기업이 원할 때 의결권 없는 우선주 등으로 강제로 바꿀 수 있으며 의결권 제한 주식은 경영권 방어에 필수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의결권에 제한을 둘 수 있다.

이에 따라 자기 지분이 낮은 기업들은 향후 이러한 형태의 주식을 발행함으로써 적대적 M&A 위협으로부터 예방적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기업들이 강제 전환 주식을 대거 발행한 뒤 M&A의 가능성이 제기될 경우 강제 상환권을 행사,주주의 의결권을 줄이는 방법으로 경영권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

이번 조치는 그러나 이미 외국인 지분이 절반 이상이 넘고 회사 보유 지분이 낮아 잠재적 M&A 위협에 노출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에는 유효한 방어장치로 작용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의결권에 잠재적 제한이 뒤따르기 때문에 투자매력도가 떨어지는 데다 낮은 가격에 거래될 가능성도 크다는 게 증권업계의 분석이다.

정부는 더구나 복수의결권을 가진 황금주(Golden share)나 기업들이 주식매수권을 행사할 수 있는 옵션부 주식 등 재계가 강력히 요구한 사항에 대해서는 시기상조를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또 회사 내 사업부문별로 발행할 수 있는 트래킹 주식도 기업 투명성이 확보돼야만 가능하다는 이유로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차등의결권 제도나 황금주 등 핵심적인 경영권 방어 수단이 포함돼 있지 않은 것은 아쉬운 점"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또 주주총회의 승인을 받아야만 효력이 발생할 수 있는 재무제표의 확정도 이사회 의결만으로 가능하도록 했다.

분기배당제도와 결산실적의 수시공시제도가 도입됨에 따라 재무제표의 승인을 주총에서 받는 것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다만 이사회 의결 이전에 외부감사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보완책을 마련키로 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기업의 경영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5년 이내의 공시의무 위반에 대해서만 행정제재가 가능하도록 시효를 도입키로 했으며 기업이 채권자 보호를 위해 적립해야 하는 법정준비금의 적립 한도도 현재 자본의 2분의 1에서 4분의 1로 축소,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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