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8위안 밑으로 떨어짐에 따라 일시적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되겠지만 향후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미 주식시장에서 7위안대 진입을 예상하고 있었던 데다 국내 수출기업에 영향을 미치는 원.달러 절상 속도는 상대적으로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8위안선 붕괴는 예견된 악재" = 15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47분(현지 시간) 상하이 거래소에서 위안.달러 환율은 7.9975위안으로 작년 7월 절상 조치 이후 처음으로 8위안 아래로 내려갔다.

지난 주말(현지시간) 미국 증시가 인플레이션 우려로 이틀 연속 급락한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위안.달러 환율이 7위안대로 떨어지자 국내 증시의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됐다.

코스피지수는 이틀째 급락세를 보이며 장중 1,410선 밑으로 추락하기도 했다.

하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위안화의 달러당 7위안 진입은 이미 예견된 단기악재에 불과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최근 미국 정부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음에 따라 중국 정부가 달러당 7위안대 환율을 용인했다는 설명이다.

오재열 한국투자증권 중화시장분석팀 수석연구원은 "중국 정부는 위안화 방어선으로 달러당 7.5~7.7위안을 설정해놓고 있다"며 "방어선을 고려할 때 8위안 붕괴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고 평가했다.

오 수석연구원은 "당분간 위안화 절상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이지만 원화는 위안화 절상을 반영해 이미 충분히 절상됐기 때문에 국내 증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이날 원.달러 환율은 위안화 절상에도 급반등세를 보여 940원대를 회복했다.

김영익 대신증권 상무도 "위안화 절상이 원화강세를 초래하면 단기적으로 주식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겠으나 원화가 위안화 절상을 선반영했기 때문에 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위안화 절상, 철강.화학株에 부정적" = 이처럼 전문가들이 위안화의 추가 절상을 예상하면서도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는 이유는 그 동안 원화의 절상률이 상대적으로 컸기 때문이다.

작년 7월21일 중국의 환율제도 변경 이후 지난달 28일까지 원화는 달러화 대비 8.1% 절상된 반면 위안화는 3.1% 절상되는데 그쳤다.

조재훈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도 "위안화가 급격히 절상되지 않는다면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며 "오히려 중국이 수출보다 내수 부문을 육성할 경우 섬유와 자동차, 고가소비재 등을 중국에 수출하는 기업들에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반면 위안화 절상이 중국의 수출 감소로 나타나면 산업재를 수출하는 철강.화학.기계 등 업종에는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대신증권 김 상무는 "중국은 수출보다는 내수, 소재 부문보다는 소비재를 육성하려고 한다"고 전제한 뒤 "위안화 절상으로 수출이 감소하면 반제품을 중국에 수출하는 철강.화학 등 업종에 부정적"이라고 진단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ho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