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상장사를 사들여 주식시장에 진입하는 우회상장이 봇물을 이루면서 갖가지 진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거의 해마다 우회상장을 통해 새롭게 변신하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모회사와 자회사가 동시에 우회상장에 연관되는 사례도 쉽게 눈에 띈다. ◇우회상장의 전도사(?)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인 이오리스[041060]는 뇌졸중 치료제 등의 신약을 개발하는 장외 바이오업체인 뉴로테크와의 주식교환을 추진 중이다. 주식교환이 마무리되면 뉴로테크는 이오리스의 자회사로 편입되는 대신 뉴로테크의 최대주주가 교환 신주를 배정받아 이오리스의 최대주주가 되는 전형적인 우회상장이다. 이오리스 관계자는 "홈케어시스템 등 신사업 추진을 위한 전략상의 변화"라며 "주식교환 후에도 양사 경영진이 변동없이 각자의 영역 사업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오리스는 지난해 3월 장외 통신솔루션 업체인 넷브레인이 합병을 통해 우회상장할 때도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 사업 다각화와 이종 사업간의 결합 시너지를 통해 수익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목적이란 것. 그러나 이오리스는 합병에 따른 영업권 상각 등으로 발생한 작년 상반기의 대규모 적자는 예상과 달리 하반기에도 더욱 늘어나면서 자본잠식을 면치 못했다. 이처럼 경영 악화가 지속되는 와중에 또 다시 새로운 주인을 맞게 된 것이다. 이오리스는 앞서 2003년 말에도 같은 일을 겪었다. 장외 모바일 게임업체인 엠드림이 이오리스를 통해 우회상장한 것. 결국 이오리스는 2년여 동안 3차례나, 그것도 우회상장을 통해 주인이 바뀌는 흔치 않은 기록을 갖게 됐다. ◇꼬리를 무는 '뒷문 입장' 코스닥 상장사인 유비트론[054010]의 최대주주는 최근 장외 업체인 벨리오텍에 지분과 경영권을 81억원에 넘겼다. 아직 합병이나 주식교환 단계로 넘어가진 않았지만 우회상장을 위한 수순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런 가운데 유비트론의 비상장 자회사인 디지털지노믹스가 최근 다른 코스닥 상장사인 케이비씨[038460]의 지분과 경영권을 25억원에 인수, 우회상장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유비트론은 디지털지노믹스의 지분 27%를 지난해 말 32억원에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이에 따라 현재 유비트론은 자회사인 디지털지노믹스를 통해 케이비씨를 손자회사로 두게 됐으며, 벨리오텍은 유비트론을 통해 디지털지노믹스와 케이비씨까지 계열사로 거느려 재벌기업에서나 볼 수 있는 복잡한 지배구조를 형성하게 됐다. 유비트론은 전자 부품 업체, 디지털지노믹스는 바이오벤처, 케이비씨는 전자카드 및 장비업체, 그리고 벨리오텍은 휴대용 멀티미디어 기기업체다. 이처럼 `4인4색'의 이질적인 기업들의 동거가 지속될 지는 아직 미지수다. 유비트론 관계자는 "전반적인 경영 구도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벨리오텍측이 유비트론의 경영 전면에 나서는 것은 기정사실이지만 디지털지노믹스의 케이비씨 인수는 벨리오텍과 상관없이 독자적으로 추진되는 일"이라고 밝혔다. 박동명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금융당국의 우회상장 규제방안 발표 시기가 4월로 예고됨에 따라 이를 피해 우회상장을 성사시키려는 장외업체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abullapi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