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업법 개정으로 증권사에 신탁업이 허용된 지 2개월 만에 관련 상품 판매고가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신탁업 사업인가를 받은 9개 증권사의 관련 상품 판매고는 지난달 말 현재 1조912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증권사별로는 한국투자증권이 2천259억원으로 1위를 달리고 있으며, 미래에셋증권이 1천906억원, 굿모닝신한증권 1천789억원, 삼성증권 1천489억원, 대우증권 1천70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또 현대증권이 741억원, 대신증권은 642억원이었고, 우리투자증권과 동양증권은 각각 510억원, 506억원을 기록했다. 은행권의 특정금전신탁 잔고가 대략 110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것을 감안하면 전체 시장에서 증권사 비중은 아직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그러나 증권사들은 초기 시장형성에 비교적 성공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신탁부의 김태균 과장은 "빠른 추세는 아니지만 초기 정착 단계 판매고로는 괜찮은 편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 신탁팀의 조완연 팀장도 "대출 등 증권사의 신탁 관련 업무에 제한이 있는 점을 감안하면 당초 예상했던 판매액은 초과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증권사의 신탁 상품이 기존에 은행들이 주력해온 특정금전신탁(초단기신탁 포함) 위주여서 증권사의 특징을 살린 상품 개발이 아쉽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재 증권사 판매고 가운데 고객의 요구에 따라 상품 만기가 결정되는 `기일물'이 5천139억원으로 47.1%, 특정금전신탁 잔고는 4천781억원으로 43.8%에 달한다. 반면 주식형 상품 잔고는 147억원, 자사주금전신탁은 60억원에 불과하다. 기일물이나 특정금전신탁의 경우 기업어음(CP)이나 양도성예금증서(CD) 등에 투자해 정기예금보다 약간 높은 이율을 제시하는 상품으로, 기존 은행권 예금 고객을 타깃으로 삼고 있는 만큼 증권사만의 특징을 살린 상품으로 보기 어렵다. 미래에셋증권 조 팀장은 "주식형 이외에 부동산 재개발 조합 지분 등 실물투자나 지적재산권 등에 투자하는 상품도 개발할 수 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상품 출시 계획이 서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국증권 김 과장은 "다양한 유가증권과 부동산 등 실물투자 상품과 종합자산신탁의 일종인 유언신탁(遺言信託) 등도 나올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신상품 출시는 은행권 등의 판매동향을 봐가며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훈 기자 meola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