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기업사냥꾼인 칼 아이칸 등의 경영권 위협에 대한 KT&G의 입장은 단호하다.


아이칸측이 요구하고 있는 △자회사 인삼공사 매각 및 상장 △부동산 자산 매각 등에 대해 "결코 받아줄 수 없다"는 것이다.


나아가 아이칸의 주총 사외이사 선임 요구에 대해선 "정당한 절차에 따라 표대결로 승부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사모펀드(PEF)인 MBK파트너스의 MBO(경영자 인수) 방식의 인수 추진에 대해서도 "생각한 바 없다"고 덧붙였다.



◆백기사 물색 배경


KT&G는 지난해부터 포스코 등 민영화 기업을 대상으로 자사주의 교환매입(스와프)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정부지분 매각시 지배주주를 허용하지 않은 탓에 공통적으로 경영권 방어에 취약한 구조라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포스코의 경우도 최근 세계 철강업계에 불고 있는 인수·합병(M&A) 바람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게다가 포스코는 경영권 안정을 위해 이미 SK텔레콤과 지분을 교환한 전례가 있어 검토 대상에 올려놓았다는 설명이다.


현재 KT&G와 포스코의 자사주 지분율은 각각 9.58%,11.11%다.


현 주가를 감안하면 KT&G의 자사주 총액가치는 포스코 자사주 지분가운데 4.4%정도에 해당된다.


두 회사가 보유 중인 자사주를 서로 교환 매입하게 되면 양측 모두 상당한 우호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주총 표대결 결과는 불투명


오는 3월 열릴 예정인 정기 주총에서 아이칸측과의 표대결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현재 지분구조로 보면 KT&G가 결코 유리한 상황은 아니다.


곽영균 KT&G 사장은 "우호지분이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겉으로 나타난 지분구조상 KT&G측 우호세력으로 분류할 만한 지분은 기업은행(5.85%),우리사주(5.75%) 뿐이다.


9.58%에 달하는 자사주를 제3자인 '백기사'에 넘기더라도 이번 주총에서는 의결권 행사를 할 수 없다. 15∼16%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국민연금 등 나머지 국내 기관을 모두 우호세력으로 끌어들인다 하더라도 30%가 안 된다.


반면 아이칸측은 자체보유지분(6.59%)에다 프랭클린뮤추얼(7.14%) 등 55%에 달하는 기타 외국인 지분을 감안하면 KT&G측에 비해 결코 불리하지 않다.


◆KT&G측 대응 방안


때문에 KT&G는 곽 사장이 조만간 해외로 나가 사실상 1대주주인 프랭클린측을 만나 설득키로 하는 등 우호세력 확보에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기관들에도 협조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곽 사장은 "인삼공사 상장이나 부동산 매각 등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면대응을 피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아이칸과 연대한 스틸파트너스의 리히텐슈타인은 "KT&G 경영진의 거절은 유감"이라며 "이사 선출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