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7일 발표한 대국민 선언은 지금까지 국민의 기대와 여론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판단 아래 반(反)삼성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종합 대책이라고 할 수 있다. 발표내용만 봐도 8000억원에 달하는 사회기금 헌납과 헌법소원 등 소송 취하,사회공헌 지원 확대,외부 비판모임 발족,구조본 조직 개편 등 굵직한 항목들로 채워져 있다. 이 때문에 이날 발표가 '단순 여론 무마용'이 아닌 '삼성의 실질적인 변화'를 담고 있다는 게 안팎의 평가다.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도 이날 "이건희 회장과 삼성의 경영진은 지난날의 잘못된 관행을 반성하고 그동안 지적받아왔던 여러 현안에 대한 국민의 뜻을 받들어 이번 발표내용을 준비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사회기금 8000억원 헌납 삼성이 이날 사회에 헌납키로 한 금액은 8000억원이다. 우선 '삼성 이건희 장학재단'의 기금 4500억원을 조건없이 국가나 사회에 헌납키로 했다. 이 재단은 2002년 이 회장이 1300억원,이재용 상무가 1100억원,일부 계열사가 2100억원을 각각 출연해 설립했다. 삼성은 향후 정부나 사회 차원의 논의를 거쳐 결정되는 주체에 재단 운영을 맡길 계획이다. 아울러 삼성은 이 회장의 자녀인 이재용 상무,이부진,이서현씨 등이 에버랜드와 삼성SDS 등 계열사 지분 취득 과정에서 이익을 얻은 것으로 추정되는 1300억원과 지난해 사망한 이윤형씨 재산 2200억원 등 3500억원을 사회에 기부키로 했다. 기부 금액은 이재용 상무의 경우 상장 주식 등을 처분해 마련하기로 했다. 이부진,이서현씨의 경우는 비상장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 처분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이건희 회장이 대신 부담할 계획이다. ◆헌법소원 등 법률소송 취하 삼성은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을 모두 취하하기로 했다. "법적으로 옳고 그름을 따지기보다 국민정서를 고려하고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는 이유에서다. 먼저 현재 진행 중인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대한 443억원의 증여세 부과 처분 취소 소송을 취하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6월 공정거래법 일부 조항에 대해 제기한 헌법소원도 취하키로 했다. 삼성은 개정 공정거래법 조항으로 삼성생명 등 금융 계열사의 의결권이 제한받을 경우 삼성전자를 정점으로 한 그룹 지배구조가 무너진다는 점에서 헌법소원을 제기했었다. ◆사회공헌 지원 확대 대대적인 사회공헌 지원책도 이번 발표에 들어갔다. 삼성은 올해 사회복지 사업비로 2000억원을 책정했다. 세부적으로는 올해 탁아소 5곳 추가 신설과 운영비 명목으로 600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한·미 FTA 협상으로 위기에 몰린 농촌을 돕기 위해 자매결연 마을을 현재 200개에서 400개로 늘리고 140억원을 지원할 방침이다. 여기에 소년소녀가장 지원에 70억원,공부방 지원에 20억원을 책정하고,3000여명의 고등학생에게 장학금으로 총 60억원을 지원한다. 특히 삼성 소속 변호사들이 어려운 이웃들에게 무료로 변론을 해주고,15만명에 달하는 임직원 모두가 소년소녀가장,독거노인 등과 자매결연을 맺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구조본 축소 및 계열사 독립경영 강화 삼성은 그룹의 사령탑 역할을 해왔던 구조조정본부에 대한 조직 개편도 단행할 계획이다. 먼저 구조본 상주인력을 줄이기로 했다. 법무실 조직도 구조본에서 떼어내 계열사의 경영활동에 대한 법률 자문과 윤리경영을 뒷받침하게 할 방침이다. 구조본의 역할도 종전과 달리 △삼성 브랜드 가치 제고 △경영철학 가치 공유 △선진 경영기법 개발 등 계열사의 독립경영을 후방 지원하는 방향으로 조정한다. 아울러 삼성은 삼성생명 등 금융 계열사의 경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이들 계열사 이사회의 사외이사를 과반수 이상으로 늘리고 이사회 의장도 사외이사 중에서 선임키로 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