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아이칸은 제2의 소버린인가.'


미국의 대표적 기업 사냥꾼으로 알려진 칼 아이칸이 KT&G의 지분 7% 가까이를 전격 매집,경영 참여를 공식 선언함에 따라 KT&G가 외국인 M&A(인수ㆍ합병)의 타깃이 될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등장했다. 일각에선 칼 아이칸이 이미 작년부터 KT&G 경영진을 대상으로 자사주 소각을 요구하는 등 경영권 간섭에 나선 데다 이번 지분매집 신고를 통해 이사 선임 요구까지 들고 나옴에 따라 '제2의 SK㈜ 사태'로 번질 가능성이 농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칼 아이칸의 KT&G 매집 과정


칼 아이칸은 지난해 6월부터 자신이 임원으로 있는 4개 펀드를 통해 KT&G 지분을 장내 매입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아이칸 파트너스 마스터펀드 리미티드 파트너십(Icahn Partners Master Fund LP)이 작년 6월21일부터 KT&G 매집을 시작했고 올 들어서는 아이칸 파트너스(Icahn Partners LP)가 16만주,하이리버 리미티드 파트너십(High River Limited Partnership)이 9만3000여주,스틸 파트너스(Steel Partners II,LP)가 20만주씩을 각각 매입했다. 이로써 이들 4개 펀드는 현재 KT&G 주식 1070만주(6.59%)를 매입해 보유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칼 아이칸은 지난해 말 대리인을 통해 KT&G 경영진에게 자사주 소각 등을 요구할 당시 이미 지분을 3% 이상 확보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권 분쟁 일어날까


업계에서는 무엇보다 KT&G의 지분 구조가 취약하다는 점에서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KT&G의 지분 현황을 보면 뉴욕뱅크가 11.53% 지분율로 단일 최대주주로 돼 있다. 그러나 뉴욕뱅크는 KT&G가 발행한 DR(주식예탁증서)의 예탁 기관일 뿐 실제 DR를 갖고 있는 제3자는 여러 투자자로 분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현재 실질적인 최대주주는 프랭클린 뮤추얼(7.15%)이다. 이어 우리사주조합과 중소기업은행이 각각 5.75%와 5.85%씩 보유 중이다. 현재 내국인의 우호 지분을 정확히 계산할 수는 없지만 대략 15%에 못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비해 현재 KT&G의 외국인 지분율은 61.78%에 달한다. 그만큼 경영권 방어에 취약하다.


더구나 아이칸측은 이번 지분취득 신고서를 통해 경영참여 의사를 분명히 했다. △향후 정기 주총에서 자신의 특별 관계인인 스틸 파트너스가 지명하는 이사를 한 명 이상 선임할 계획이고 △집중투표제 실시를 공식 요청할 예정이며 △배당 확대를 요구할 것이라는 점 등을 공식 표명했다.


업계에서는 아이칸측의 요구 사항이나 4개펀드를 동원한 지분 분산매입 과정으로 보면 과거 유럽계 소버린자산운용의 SK㈜ 경영권 참여 과정과 아주 흡사하다고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소버린의 행보로 미뤄 보면 칼 아이칸은 자신들의 의사를 관철시키기 위해 향후 지분 확대에 나서거나 외국인 우호세력 결집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KT&G측 반응


KT&G는 이날 칼 아이칸의 지분 전격 매입과 관련,아이칸측의 경영 참여 여부는 주주총회에서 표결로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측은 아이칸측이 이미 이사후보 선임 계획을 밝힌 만큼 주주 제안으로 이사 후보가 추천될 경우 집중투표제에 의해 다수결로 선임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회사 관계자는 "민영화 과정에서 지분이 골고루 분산되면서 지배 주주가 사라진 데다 과거 발행된 DR가 속속 주식으로 전환돼 매각되고 있어 현재 정확히 우호 지분을 추정할 수는 없다"며 "그러나 아이칸측의 과거 요구 수위를 감안하면 전면적인 경영권 분쟁으로까지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