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증시를 비롯한 아시아 증시가 비교적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이를 계기로 본격적인 조정론이 대두되고 있어 앞으로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현재 아시아 증시가 어떤 상황에 놓여 있고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를 알아보기 위해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이 이뤄지고 있으나,2000년대 이후 주가예측 이론으로 각광받고 있는 조지 소로스의 '자기암시 가설'을 토대로 이 문제를 다시 한번 점검해 본다. 통상적으로 어떤 특정국가의 경기가 침체국면에 빠지면 이때의 주가는 실제 경제여건보다 더 낮게 형성된다. 경기침체로 투자자들의 심리가 '비관' 쪽으로 쏠리면서 상대적으로 위험자산인 주식에 대한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되기 때문이다. 일정시간이 지나면 투자자들 사이에는 경제가 개선되고 있다는 견해가 나오기 시작한다. 점차 투자자들의 심리도 '낙관' 쪽으로 옮겨오면서 주가상승 속도가 경제여건 개선속도보다 빨라지는 1차 소상승기를 맞는다. 이 추세가 지속되면 주가상승이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면서 '낙관' 쪽으로 몰렸던 투자자들의 쏠림 현상이 흐트러진다. 결국 향후 주가에 대해 낙관론과 비관론이 얽히면서 1차 조정국면을 맞게 된다. 만약 경기와 기업실적이 뒤따라 오면 투자자들의 심리가 재차 '낙관' 쪽으로 쏠리면서 주가가 1차 소상승기보다 더 오르는 2차 상승국면을 맞게 된다. 마지막으로 경기가 정점을 지난 어느 순간에는 거품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한동안 '낙관' 쪽으로 쏠렸던 투자자들의 심리가 흐트러지며 재차 조정국면을 맞는다. 이 상황에서 경기와 실적이 뒤따라 오면 3차 소상승기를 맞게 된다. 반대로 경기와 실적악화가 지속될 경우 투자자들의 심리가 '비관' 쪽으로 쏠리면서 주가는 실제 경제여건보다 더 떨어지는 과잉조정 국면에 직면한다. 올해 미국경기는 지난해보다 다소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경기는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있지만 정치적인 문제 등을 감안하면 아직까지 확신할 수 없는 상태다. 중국경기도 속도조절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성장률은 다소 낮아지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국가별 경제전망을 토대로 볼 때 세계경기는 정점을 지난 후 하강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해 4분기 기업 실적도 예상보다 다소 안 좋게 나오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과 레버리지 비율(투자원금 대비 총투자금액) 축소로 글로벌 유동성이 줄어드는 추세다. 국제통화기금(IMF) 등 주요 예측기관들은 미국의 쌍둥이 적자와 국제수지 불균형,통상 및 통화마찰,부동산 시장 거품붕괴 등의 위험요인을 연일 경고하고 있다. 조지 소로스의 이론을 토대로 이런 요인을 종합해 본다면 세계증시가 정점을 지난 후 2차 조정국면에 진입하기 전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징후들이다. 앞으로 세계증시가 다시 상승하느냐, 아니면 조정국면에 빠지느냐는 경기와 기업실적이 개선되느냐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 분명한 것은 세계증시 참여자들이 이제는 호재요인보다 위험요인에 서서히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비록 경기사이클 차이로 국내 경기가 회복되는 국면에 놓여 있다 하더라도 앞으로 세계증시가 하락국면에 진입할 경우 궁극적으로 한국증시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이 올 가능성에 언제든지 대비해 놓아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한상춘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