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화 동양종금증권 책임연구원(35).


직급은 과장급이지만 임원들보다 '말발'이 세다.


임원회의에서 특정 기업의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인수할지를 결정할 때 그의 말 한마디가 결론이나 다름없다.


류 연구원이 "부도 위험이 있다"는 의견을 내놓으면 투자계획은 백지화된다.


류 연구원이 하는 일은 기업의 신용도를 분석하는 일이다.


강성부(34) 김민정(30) 선임연구원과 함께 소위 '신용평가 삼총사'다.


증권사에서 기업의 신용도만 집중적으로 분석하는 애널리스트를 3명씩 두는 것은 흔치 않다.


동양종금증권이 개인고객을 대상으로 한 채권판매에서 업계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들의 뒷받침 덕분이다.


이들은 특히 투자적격등급 가운데 가장 낮은 BBB급 기업의 재무상태를 분석하는 특기를 갖고 있다.


BBB급 회사채는 수익률이 높은 만큼 위험도 크기 때문에 자칫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그러나 잘만 골라내면 증권사나 고객 모두 짭짤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매력적인 투자대상이다.


류 연구원은 "현재 등급은 낮지만 신용도 상승이 예상되는 기업들을 발굴해내는 것도 중요하다"고 소개했다.


삼총사의 활약으로 동양종금증권은 최근 수년간 BBB급 회사채 시장에서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2003년에는 LG카드 채권으로 고객들에게 연 8%대의 고수익을 안겨줬고 지난해부터는 중형 건설사들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ABS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하이닉스 채권에서도 히트를 쳤다.


이들은 재무제표뿐 아니라 기업 현장에서 느끼는 분위기도 중시한다.


강성부 연구원은 "중견 건설회사인 S의 기업탐방을 갔는데 판단이 잘 안 서더라고요.


그런데 화장실에 가보니 휴지가 하나도 없는 거예요.


그래서 투자적격의견을 냈어요"라고 말한다.


건설회사는 대부분 보수적이어서 사옥이 낡거나 집기상태가 엉망이면 오히려 내실이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경험에 기초했고,이 판단은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