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시장이 3일 나흘째 뒷걸음질을 친 끝에 결국 540선을 내주고 530선 중반까지 밀려났다. 거침없는 기세로 사상 최고치를 향해 치닫고 있는 유가증권시장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코스닥 시장의 가격 부담이 여전한 가운데, 단기고점의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으며, 주요 기업들의 실적도 다소 실망스러운 만큼 당분간 조정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 `높아진 지수' VS `수급은 허약' = 동양종합금융증권 김주형 애널리스트는 "펀더멘털도 문제지만 최근 조정에도 불구하고 가격 부담이 여전히 큰 것이 시장을 짓누르는 원인"이라고 말했다. 최근 상승장에서 코스닥시장의 상승률이 유가증권시장에 비해 월등히 높았던데다, 지난달 말 단기급등 이후 가격 부담을 이길 만큼 우호적인 수급 상황이 나타나기는 커녕 오히려 상황이 악화됐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실제로 외국인과 기관은 지난달 말 이후 추가 매수보다는 차익실현에 치중하고 있는 가운데 `긍정적 전망'에 충실한 개인들만 강한 매수세를 이어가는 등 단기 고점 징후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메리츠증권 서정광 투자전략팀장은 "코스닥시장과 유가증권시장이 동반상승했지만 최근에는 상대적으로 상승폭이 적었던 유가증권시장의 상승률 격차 메우기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따라서 코스닥시장이 현 시점에서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낮고 오히려 추가 조정 가능성이 높다는 것. ◆ 부진한 실적도 부담..520선까지 조정 가능 = 코스닥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본격화된 가운데 시가총액 상위의 주요 IT기업들의 실적은 시장의 기대치에 다소 못미치고 있다. 실례로 반도체 및 LCD 장비업종의 대장주인 주성엔지니어링[036930]과 게임업체 웹젠[069080]은 대표적인 `어닝 쇼크' 케이스다. 주성엔지니어링은 2.4분기 영업이익이 작년동기에 비해 58.4%나 줄었다고 발표했으며, 올해 예상 실적도 하향 조정하면서 하한가로 추락했다. 또 웹젠[069080]도 2.4분기 67억원의 영업손실과 57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힌 뒤 가격 제한폭까지 내렸다. 메리츠증권 서 팀장은 "당초 무난할 것으로 예상했던 코스닥 주요 기업들의 2.4분기 실적을 보면 대체로 기대치에 못미치는 경우도 많다"며 "상대적인 가격 부담과 함께 실적 부진도 최근 조정의 한 원인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8월 중순까지는 실적 발표가 지속되는 만큼 당분간은 조정장세가 불가피하며 지지선은 535포인트 선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매수 타이밍을 늦추거나 수익 모델이 확실한 기업에 한정된 투자를 하라"고 권했다. 동양종금증권 김 애널리스트도 "대형 IT 기업들과 달리 코스닥의 주요 기술 기업들은 부진한 실적을 상쇄할만한 하반기 전망을 내놓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시장의 부담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코스닥 역시 한단계 레벨업이 이뤄진 것은 분명하지만 당분간 가격 조정이 불가피하다"며 지지선으로 520선을 제시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훈 기자 meola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