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증권사내 경제분석가들이 세계경제와 달러약세를 대상으로 현란한 (?) 입씨름을 벌이고 있다.주인공은 모건스탠리 글로벌 경제분석가 스티븐 로치와 아시아담당 앤디 시에로 마치 미국과 아시아를 대변하는 모습이다. 이번 주들어 시작된 3라운드는 각 자의 의견을 더 정교하게 가다듬고 감정적 호소력도 높여 이채롭다. 로치는 달러 약세가 글로벌 불균형을 고치는 가장 적절한 방안이며 앞으로 수년 간 이어져야 한다는 것. 반면 시에는 미국이 자국 경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약달러를 들고 나온 것이라고 비판하고 중국이 위안화를 절상해서는 안된다고 지적.우선 금리부터 올려 투자거품을 잡고 그 이후에 차분하게 환율제도를 수정해가라고 조언. --1라운드 로치는 '왜 달러 약세가 필요하나 ?'란 제목에서부터 당위성을 풍기며 세계 경제내 무역등 불균형규모가 40조달러라고 산출하고 이는 미국의 과다한 소비와 낮은 저축,반대편에서는 지나친 저축(기준이하 소비) 탓이라고 진단했다. 세계 경제가 미국 주도의 불균형에 시달리고 있어 그대로 놔두면 화를 키울 수 있다고 지적하고 미국-亞/중동/유럽간 경상수지 격차를 달러 약세를 통해 조절해야 한다고 주장. 그러나 앤디 시에는 그린스펀이 초저금리 상황을 만들어 기술주 거품폭발을 교묘히 피했으나 자국내 소비 버블을 불러왔다고 지적,이것을 모면하고 미국내 소비를 유지시키기 위해 약달러 무기를 들고 나온 것으로 분석했다. 결국 그린스펀이 헷지펀드를 대량으로 생산시켜 세계금융시장을 '위안화가 결국 절상하겠지?'라는 루머에 춤을 추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만약 중국이 위안화를 소폭 절상하면 추가 절상을 기다리며 투기꾼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혹 대폭 절상한다면 중국 내외에 거주하는 중국민족들의 달러수요가 급감(중국내 외국은행들도 달러를 매도)하고 이는 달러 붕락을 다시 금융시장 위기로 전이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2라운드 그러자 로치는 곧바로 '달러가 하락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이란 자료에서 세계 불균형은 수정되어야 한다고 거듭 역설하고 만약 외환조정이 아니라면 무역분쟁등 정치적 긴장감이 나타날 것이라고 관측했다.섬유쿼터 철폐를 앞두고 이미 미국 업체들이 움직이고 상-하원도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등 초기 위험 신호가 이를 반증하고 있다고 설명. 중국이 오래 버틸수록 경제목표-국제정치-개혁사이를 헤쳐나가는 더 어려운 길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충고. 이에 맞서 시에는 '아시아 중앙은행이 당장 미 국채를 매도해야 한다'며 반박에 나선 것.시에는 기술거품때 아시아 포트폴리오 투자자들이 가치도 없는 나스닥 주식을 사주었으며 미국 국채수익률이 4%로 하락 랠리할 때 외국자본(특히 아시아 중앙은행)이 흡수당했다고 설명. 따라서 약달러 정책은 외국인(미국 기준)들이 또 다시 미국경제에 보조금(?)을 지급해주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평가하고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미국 국채를 매도해 싸워야 한다고 독려했다.아시아 은행이 국채를 내다팔면 미국 채권수익률이 약 1.5%p 오를 수 있으며 미국 소비버블을 잡아주는 데 효험을 가질 것이라는 것. 아니면 미국이 세금을 올려 재정적자를 줄여가면서 자연스럽게 달러가치와 채권시장이 안정될 것으로 판단,그게 세계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일침. --3라운드 시에는 29일 'Asia Can Defende Itself'란 제목에서 기존의 미국 국채 매도론을 외환보유고내 달러 듀레이션(가중평균만기) 축소로 구체적 방안을 제시한 가운데 핫머니 퇴각을 위해서는 아시아 각 국이 자국 채권을 사들여 돈을 풀면서 통화가치 희석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도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물론 아시아 각 국이 힘을 합쳐 미국을 설득해 일방적 금융시장 주도 자제를 요청하고 대신 아시아는 저축률을 낮추고 소비를 올릴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는 등 협력적 방안이 좋다고 주문했다. 하루 뒤 로치는 'The World's Biggest Excess'란 자료에서 세계경제 불균형이 이제 책임을 돌리려는 '비난 게임'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비유했다.미국의 거대 경상적자 뒤에는 미국의 소비 파티 책임도 있다고 인정한 반면 아시아와 유럽도 공유해야 한다고 역설. 로치는 미국 소비 '초과'가 세계 경제에서 가장 심각한 위험 변수임을 인지하고 세계 각 경제지역이 힘을 합쳐 고쳐나가야 한다고 권고했다.당연히 달러 약세가 그 역할을 하는 데 적합하다며 기존 주장을 바꾸지는 않았다. 한경닷컴 박병우기자 parkb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