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투증권 매각 작업이 일단락되자 업계는 일단 국내 금융권을 짓누르던 커다란 불확실성 요소 중 하나가 해소됐다며 긍정적인 평가를내놓고 있다. . 다만 '헐값 시비'를 비롯한 메각대금 규모의 적정성 여부는 매각가격 산출 시점이 아직 여러 달이 남아 있고 사후손실보전(인뎀니피케이션) 등의 복잡한 조건이 걸려 있어 아직 정확한 판단은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푸르덴셜이 현투증권의 경영권 인수와 함께 국내 투신업계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강력한 마케팅력을 바탕으로 단기간내 국내 투신시장을 빠르게 잠식할 것으로 보고 경계하는 표정도 역력하다. ◆"금융시장 큰 짐 벗었다" 이철호 동원증권 책임연구원은 "카드채 사태 등과 관련해 최근의 금융시장 안정에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투신권"이라고 전제하고 "투신 3사 중 가장 부실의 정도가 심한 현투증권이 매각됨에 따라 전체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낮아지고 카드채로추락한 금융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구철호 대우증권 연구위원도 "현투증권이 첫 테이프를 끊으면서 제2금융권에 대한 정부의 구조조정 의지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다. ◆적정 매각대금 논란 그러나 전문가들은 공적 자금 투입이 완료된 후 결정될 예정인 매각대금 규모가얼마나 될 지, 투입 공적 자금에 비해 매각대금이 적정한 수준인 지에 대해서는 대부분 판단을 유보했다. 이철호 연구원은 "현투증권 매각가격이 매각 완료 이전 과거 1년간의 핵심 영업현금 흐름 등 영업 실적을 기준으로 산정된다고 알려졌으나 금융산업에서 핵심 영업현금 흐름은 기업 가치 산출에서 거의 사용하지 않는 개념"이라며 산출 기준의 모호성부터 제기했다. 이 연구원은 "이 핵심 영업 현금 흐름이 영업이익에 이자 비용, 감가상각, 대손상각까지 포함된 것으로 가정한다면 작년 기준 현투증권의 핵심 영업 현금 흐름은 934억원 수준"이라고 밝히고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반영, 삼성증권(6배)보다 높은 가치 승수 9배를 적용할 경우 매각대금은 8천300억원 수준이 된다"고 추정했다. 이 연구원은 "단순한 추정이지만 현투증권의 올 3월 기준 자본 잠식 규모가 1조6천억원인 점을 감안할 때 향후 현투증권에 2조4천억원 수준의 공적 자금이 투입될경우 새로 확충된 자본 규모인 8천억원(2조4천억-1조6천억) 정도를 매각대금으로 받는다면 크게 비정상적인 거래라고 볼 수 없다"고 풀이했다. 현투증권의 부실 정도가 심각해 이미 '제값 또는 헐값 매각' 논란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구철호 연구위원은 "자본 잠식 규모가 1조6천억원에 이른 기업의 제 값이 어느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고 "매각대금보다는 기업의 정상화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푸르덴셜 국내 진출에 업계 '긴장' 투신사들을 비롯한 증권업계는 이보다는 푸르덴셜의 현투증권 인수가 향후 어떤형태로 국내 영업 환경에 영향을 줄 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가 이미 푸르덴셜을 단순한 '단기 투자자'가 아닌 '전략적 투자자'라고 정의했듯이 푸르덴셜이 현투증권을 통해 국내 투신시장에 뛰어들 경우 엄청난 파괴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양경식 대신증권 책임연구원은 "푸르덴셜은 이미 미국에서 간접투자상품 판매에서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상기시키고 "푸르덴셜이 우월한 자금 능력과 노하우를 앞세워 한국 투신시장을 공략할 경우 단기간내 시장점유율을 크게 늘릴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양 연구원은 이어 "내년부터 투신사들도 투자상품을 직접 판매할 수 있게 된 만큼 마케팅력이 강한 푸르덴셜에게 더욱 유리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기자 shk99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