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는 테러 불안으로 맥을 못췄다. 지난주 터키 이스탄불을 강타한 폭탄 테러는 미국 증시의 취약성을 그대로 보여줬다. 터키는 지정학적 위치로나 경제규모로 볼때 미국 투자자들이 신경을 써야 할 만큼 중요한 나라는 아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다음에는 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혹시나 미국 땅에서 조금 더 가까운 곳에서 테러가 터질지 모른다는 걱정으로 주식을 매도했다. 다우지수는 지난 한주동안 140.15포인트(1.4%) 떨어진 9,628.53을 기록했다. 나스닥지수도 1.9% 낮아진 1,893.88로 후퇴했다. 제약회사 머크는 최근 열흘새 두번씩이나 신약 임상실험을 중단,21일 하루에만 주가가 6.5% 떨어졌다. 반면 통신업체인 AT&T는 투자자 배당을 20~30% 높일 것이라는 리먼브러더스의 보고서 덕에 같은 날 4.7% 상승,주목을 끌었다. 주간 시세가 약세를 보인 데는 미국 정부가 일부 중국산 섬유제품을 수입 제한키로 한 보호무역조치도 한 몫 했다. 이 조치로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서 주식보다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인 금과 채권 선호도가 높아졌다. 지정학적 불안감에 짓눌린 한 주 였지만 분석가들은 주가의 궁극적인 향방은 전반적인 경제 건강도가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빅토리 자산관리의 수석 시장전략가인 리처드 내시는 "터키에서 발생한 테러가 시장에 영향을 미쳤지만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미국 경제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로저 퍼구손 부의장이 지난 21일 미국 경제를 낙관한 것은 테러에 움찔한 투자자들에게 위안이 됐다. 퍼구손 부의장은 시카고에서 한 연설에서 미국 경제는 상당 기간 건강한 모습을 유지할 것이라면서 인플레가 안정돼 금리인상을 서두를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현재 단기금리는 45년만의 최저 수준인 연1%에 머물고 있다. 이번주엔 27일 추수감사절 연휴가 끼어 있다. 주식시장은 27일 하루만 쉬고 28일 열린다. 거래가 부진할 가능성이 높다. 3·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수정치가 25일 발표된다. 추정치가 7.2%로 나와 투자자들을 놀라게 만들었지만 수정치 역시 7.2~7.3%로 예상되고 있다. 같은 날 11월 소비자신뢰지수가 발표된다. 전월의 81.1보다 높은 82.8로 전망되고 있다. 26일 발표되는 10월 개인소비와 10월 내구재 수주동향도 증시에 영향을 줄 만한 변수다. 특히 개인소비가 지난 9월 0.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소비 부진이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은 만큼 10월 실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