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증시를 주도하는 IT(정보기술)대형주에 베팅할 것인가,아니면 새롭게 부상하는 내수 관련주로 갈아탈 것인가' 그동안 상대 수익률이 낮았던 유통,음식료,은행 등 내수 관련 종목들의 강세에 힘입어 종합주가지수가 800선에 재진입하자 투자자들이 고민에 빠졌다. 'IT주냐,내수주냐'의 갈래길에 서게 된 것이다. 글로벌 경기호전을 주도하는 IT쪽 비중을 늘리자니 그동안 많이 주가가 부담을 준다. 내수업종에 새로 투자하려니 국내 내수경기 회복의 불확실성이 앞을 가로막고 있다. 한마디로 어느쪽을 선택하든 리스크(위험부담) 요소가 있긴 마찬가지다. 그러나 일단 시장은 내수업종이 힘을 얻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절치부심형 종목의 강세 13일 종합주가지수를 연중 최고치인 813.11로 올려놓은 1등공신은 내수주였다. 그동안 상승장에서 소외돼 '절치부심(切齒腐心)'하던 금융과 내수소비 관련주들이 초강세를 보이며 지수를 810선 위로 끌어올렸다. 국민은행 주가가 5.02% 오른 것을 비롯해 신한지주,우리금융,한미은행,부산은행,대구은행,전북은행 등 대다수 은행이 급등,52주 신고가를 나란히 경신했다. 외국인들도 이날 은행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여 6백77억원어치 순매수를 보였다. 소비주의 대표격인 신세계 주가도 이날 5.0% 상승한 25만2천원을 기록하며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태평양 주가도 5.48% 급등했다. 제일기획과 LG애드 등 광고주들까지 강세종목에 동참하면서 내수관련 주들이 각종 기록을 세웠다. 수출은 호조를 보였지만 내수부진으로 실적호조세의 빛이 바랜 자동차주도 관심거리다. 내수가 본격 회복될 경우 자동차주의 주가가 한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세중 동원증권 책임연구원은 내수주 강세 배경으로 "부동산·채권값의 약세 전환으로 주식을 대체할만한 투자자산의 기대수익률이 하락하고 있다"며 "게다가 내수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증시 안팎에서 형성되면서 기대이상의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메리츠증권 유성엽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까지 내수가 회복될지 여부가 향후주가 향방을 가르는 관건이 되겠지만 IT 대형주에 느끼는 가격부담이 커 당분간 내수주와 IT주간의 수익률 갭(격차) 메우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구관이 명관 소비지표 등 내수회복 신호가 뚜렷하지 않는 한 내수주 투자는 아직 섣부르다는 시각도 만만찮다. 외국인 주도의 상승장이 지속될 경우 글로벌 경기흐름을 주도하는 IT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것이 낫다는 설명이다. 김중현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내수 관련주의 추격 매수를 서두르지 말라"고 권했다. 그는 "최근 외국인의 내수주 매수세가 펀더멘털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IT 선도주에 비해 주가 상승률이 낮았다는 기술적인 판단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내수주 관련주들의 주가 변동성 확대를 우려했다. 실제 전날 동반 급등하며 내수주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백화점 주식들은 이날 급등에 대한 반발로 보합권에 머물렀다. 이에 반해 IT주는 확실한 카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LCD 메모리반도체등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있는 제품을 생산하고 있어 실적호조세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업체가 가격결정권을 갖고 있고,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소간 부침이 있을 수 있지만 안정적으로 이익을 창출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또 신규투자가 계속 이어지고 있어 IT부품이나 장비업체도 '휘파람'을 불 것으로 예상된다. LG투자증권 강현철 연구원은 "연말,연초 일시적인 IT경기 하강 가능성이 점쳐지지만 글로벌 경기회복을 여전히 IT가 주도하는 한 외국인들의 매수자금도 IT주 위주로 유입돼 가는 종목이 계속 더가는 장이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