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주)주가가 M&A(기업 인수합병) 가능성으로 다시 불붙기 시작했다.


SK그룹 관계자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주식을 추가 매입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외국인 세력과의 지분경쟁 가능성이 재차 불거진데 따른 것이다.


11일 SK(주) 주가는 전날보다 1천9백50원(7.80%) 상승한 2만6천9백50원으로 마감됐다.


장중 한때는 12.6%까지 급등했다.


거래량도 급증,전날보다 3배 정도 많은 4백25만주에 달했다.


이날 주가 급등은 SK그룹 차원에서 SK㈜ 지분 추가매입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 직접적인 배경으로 작용했다는게 증권업계의 시각이다.


SK㈜의 2대주주인 유럽계 소버린자산운용측과의 표 대결을 의식,그룹계열사와 대주주들이 공동 대응에 본격 나서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와 향후 주가추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SK지분 재매입 나서나


지난 10일 고(故) 최종건 회장 평전발간 기념회에서 최재원 SK텔레콤 부사장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가능하면 SK㈜ 주식을 더 살 수도 있다"고 밝혔다.


증권업계에서도 SK 계열사의 SK㈜ 지분 추가확보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현재 지분 구도아래에선 내년초 정기주총에서 이사진 선임을 두고 소버린측과의 표대결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내년 주총에서는 손길승 SK그룹 회장과 황두열 부회장,김창근 사장 등 3명의 이사가 임기 만료돼 재선임 절차를 거쳐야 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SK측은 보유지분과 우호세력까지 합쳐도 17∼18%대의 지분을 확보한 상황인데 반해 소버린측은 기존 지분에다 제3의 외국인 세력이 흑기사로 개입할 경우 표대결에서 SK측이 불리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사주 처리방향이 관건


SK측으로선 따라서 지분경쟁에서 불리해질 경우 10%선에 육박하는 자사주 1천3백만주를 활용하는 방안을 '마지막 카드'로 내세울 가능성이 크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으므로 SK측에 유리한 국내 기관 등에 매각하는 방식을 통해 우호지분을 확대할 것이라는 계산에 따른 것이다.


증권업계는 그러나 자사주 매각 성사가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1천3백만주에 달하는 자사주를 나눠 매각하더라도 매입하는 측으로선 주가부담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선뜻 나서 매입할 세력이 있을 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늘어나는 외국인 지분


외국인투자자는 최근 SK㈜ 주식을 연일 사들이며 지분을 늘려가고 있다.


특히 지난달 중순 이후 매집 강도를 높이고 있다.


외국인들은 10월 중순 이후 이틀을 제외하곤 모두 SK㈜ 주식을 사들여 지분율이 38%대에서 41%대로 늘었다.


증권업계 일각에선 최근 외국인 매집과 관련,주가상승을 겨냥한 단순 투자자들 외에 일부는 소버린에 우호적인 '흑기사'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초 주총에서 소버린측에 우호적인 인사를 내세워 이사진을 개편한 후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지분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SK㈜ 향방은


증권업계는 내년 주총 전까지는 양측간의 지분경쟁 구도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주총에 임박해서는 최근 하나로통신 사례에서처럼 소액주주를 끌어들이기 위한 SK㈜와 소버린 양측간 치열한 경합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SK㈜ 주가는 당분간 기업의 본질가치(펀더멘털)와는 무관하게 M&A 이슈에 따라 급등락을 반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