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정 전 법무부 장관과 전 골드뱅크 사장으로 M&A(인수합병) 전문가로 꼽히는 김진호 비젼텔레콤 사장이 코스닥기업의 경영권을 놓고 지분경쟁을 벌이고 있다. 김 전 장관이 대주주 겸 대표이사로 있는 법률 전문회사 로시콤의 자회사 로시맨이 비젼텔레콤의 자회사 아이빌소프트를 인수하기 위해 지분 매입에 나서면서 공개적으로 M&A가 목적임을 표방하고 있다. 특히 로시맨이 아이빌소프트의 모기업인 비젼텔레콤 인수도 노리고 있다는 풍문이 증권가에 퍼지면서 비젼텔레콤은 물론 또 다른 자회사인 한신코퍼레이션까지 동반 급등하는 과열 양상을 보였다. ◆김태정 전 장관측=로시맨 김지태 팀장은 6일 "아이빌소프트 주식 1백80만주(5.19%) 가량을 장내에서 매수했다"며 "적대적 M&A를 시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아이빌소프트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한 지난 3일 전에 주식을 사들였다"며 "조만간 금감원에 지분보유 신고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현재 비젼텔레콤의 아이빌소프트 지분이 15%인 점을 감안해 향후 추가매입을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주식매입자금이나 향후 사업구상 및 비젼텔레콤을 인수 타깃으로 한다는 설에 대해서는 뭐라고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진호 사장측=아이빌소프트 이원식 과장은 "아직 정식지분 신고가 되지 않은 데다 회사측으로도 접촉이 오지 않아 뭐라고 말하기 힘든 단계"라며 "사실 확인이 되면 대응책 등을 마련할 것"이라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다만 아직 지분율 격차가 10%포인트나 나는데 적대적 M&A 운운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지적했다. 비젼텔레콤 황민수 팀장 역시 "로시맨측 주장과 시장에 떠도는 풍문만 듣고서 대응책을 논의할 단계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향후 주가 전망=이날 상한가로 출발한 아이빌소프트는 장중 마이너스권으로 밀리기도 했지만 로시맨측 주장이 보도되면서 다시 상한가에 진입,3일 연속 가격제한폭까지 급등한 3백65원을 기록했다. 비젼텔레콤과 한신코퍼레이션도 동반 상한가로 급등했다. 증권 전문가들은 "비밀유지가 생명인 적대적 M&A 의도가 금감원에 신고하기도 전에 미리 공표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배경에 의혹의 시선을 던지고 있다. 특히 아이빌소프트가 상반기에만 자본금의 절반 가까이되는 70억원의 적자를 낸 회사인 데다가 법률회사인 로시콤과는 사업상 아무런 연관이 없는 교육 솔루션 업체라는 점도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한 증권 관계자는 "아이빌소프트는 지난해 말 김 사장이 인수하면서 주가가 2∼3배 급등하기도 했지만 결국 5분의 1 토막으로 추락했었다"며 투자자들의 냉정한 판단을 촉구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