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형펀드에 회사채가 없다"


회사채 부족현상은 투신권의 채권형펀드 자산구조를 급격히 바꿔놓고 있다.


국고채와 통안채 등 이른바 "안전채권" 편입비중이 절반에 육박하는 반면 회사채 비중은 10%를 간신히 넘고 있다.


5일 펀드평가회사인 제로인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으로 국내 공모및 사모 채권형펀드의 회사채 투자 비중은 12.5%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국고채와 통안채는 43.1%에 이르며 CD(양도성예금증서) 기업어음(CP) 등 이른바 유동성자산도 22.1%나 된다.


외환위기 직전까지만 해도 채권형펀드에 들어가는 회사채 비중은 60~70%에 달했다.


우재룡 한국펀드평가 사장은 "대우채와 카드채 사태 등을 거치며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는 회사채 발행 자체가 안되는 반면 신용도가 높은 회사는 설비투자 감소로 회사채를 발행하지 않는 "이원화 현상"이 나타나면서 공급측면에서 회사채 발행이 크게 줄었다"고 분석했다.


우 사장은 "수요측면에서도 국민연금 은행 보험 등 대형 기관들이 회사채를 "독식"해버려 투신권 펀드의 회사채 편입비중이 급감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고객들의 안전자산 선호와 투자성향의 단기화도 채권형펀드의 회사채 편입을 기피하도록 하는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문제는 이같은 회사채 투자 감소가 채권형펀드의 수익률을 떨어뜨려 투신권을 고사위기로 몰고 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재순 제로인 기획팀장은 "외환위기 전까지만해도 투신권의 채권형펀드 수익률은 은행권의 정기예금 금리보다 4~5%포인트 높았지만 현재는 정기예금 금리와 비슷한 4%대에 머물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채 투자에 필요한 기업신용분석 등 투신권 고유의 역할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회사채 품귀현상으로 우량기업의 채권 금리는 적정수준 밑에서 거래되는 반면 비우량 기업의 채권 금리는 지나치게 높아 회사채 금리가 기업 신용도 평가의 척도란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권경업 대투운용 채권운용본부장은 "고위험 고수익을 추구하는 벌처펀드 등을 활성화해 신용도가 낮은 기업도 회사채 발행이 가능하도록 제도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재룡 사장은 "채권위주의 자산운용을 하고 있는 국민연금 등 연기금들이 채권보다는 주식투자비중을 점진적으로 늘려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