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투자자가 "바이 코리아(buy korea)"에 다시 나선 것일까. 이들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외국인은 6일 4천42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로써 외국인의 최근 8일간 순매수금액은 1조1천억원대로 늘어났다. 외국인은 삼성전자 포스코 현대자동차 국민은행 등 경기에 민감한 대형주를 주로 매수하고 있다. 물론 매수타깃의 핵심은 삼성전자 삼성SDI등 정보통신(IT)관련주다. 이날 모건스탠리 관계자는 "외국인이 왕성한 식욕을 과시했던 지난 6~7월의 패턴이 그대로 재현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외국인이 돌아온 배경 지난 주말 미국 증시의 급등은 고용지표가 개선된데 힘입은 것이다. 이는 국내증시에도 가장 큰 호재로 작용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미국의 9월중 신규 취업자수가 8개월만에 처음으로 증가세로 돌아선 것. 모건스탠리 관계자는 "고용지표 개선은 그동안 악재로 작용했던 '고용없는 경기회복(jobless recovery)'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있다"면서 "미국 경제의 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된 외국인이 다시 매수에 가담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미 증시에서 인텔 등 반도체 관련주가 강한 반등세를 보인 것도 외국인 매수세를 자극했다. 이날 외국인 순매수금액의 30%가 넘는 1천1백억원이 삼성전자에 몰렸다. 이틀째 집중 매수세가 유입된 셈이다. 오는 17일 발표 예정인 삼성전자의 3·4분기 실적이 예상을 뛰어넘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김석규 B&F투자자문 대표는 "최근 한달여간 한국 주가가 다른 아시아 증시에 비해 조정폭이 컸다"면서 "외국인으로선 그만큼 좋은 저가매수의 기회를 잡은 셈"이라고 말했다. ◆매수세 지속될까 증권업계는 외국인 매수세는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원기 메릴린치증권 전무는 "외국인의 매수세는 일본 대만 등 아시아 국가에 비하면 절대 많은 수준이 아니다"면서 "카드사 부실 등 국내 악재가 사라지면 현재보다 더 높은 강도의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선 현재 57.6% 수준인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 지분율이 조만간 60%를 넘어설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CSFB측은 이날 "최근 삼성전자의 하락세는 적절한 매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삼성전자의 내년 PER는 8.4배로 2000∼2002년 평균치인 12배를 감안할 때 주가가 크게 저평가돼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당시 지분율 55∼60%와 올해의 긍정적인 실적전망을 감안하면 외국인 지분율은 60%대까지 높아질 것이라고 그는 전망했다. 미국 기업의 실적발표가 단기적인 외국인 매매의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민상일 한화증권 연구위원은 "미국의 고용지표 호재로 인해 한동안 소강상태를 보였던 해외펀드의 움직임이 활발해질 것"이라면서도 "단기적으로 10월 중순 시작되는 미국 주요기업의 실적발표를 눈여겨 봐야 한다"고 말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