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高)시대 대응'이 국내 경제의 핵심 화두(話頭)로 떠올랐다. 지난 주말 달러당 1천1백50원선으로 마감한 원화환율의 하락세(원화가치 상승)가 어느 수준까지 이어질 것이냐가 관건이다. '원고'가 가속화할 경우 그나마 침체경제를 버텨온 수출이 급속히 경쟁력을 상실할 것은 불문가지다. 이에 따라 내년에도 잠재성장률(5%대 초반) 수준의 성장세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부가 지난 27일 긴급 경제장관간담회를 열어 환율대책 등을 내놓은 것은 이런 긴박감의 발로다. ◆ 원화강세 대세론 정부는 미국 정부의 환율조작국 지정 위협에도 불구, "환 투기세력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구두개입과 함께 시장 개입을 위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한도를 5조원 늘리기로 하는 등 환율의 급속한 하락을 저지하는데 우선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시장 전문가들은 정부가 환율하락 속도를 늦출 수는 있어도 대세를 돌려놓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인호 무역연구소(무역협회 부설) 연구조정실장은 "내년 대선을 앞둔 미국이 약한 달러를 통한 수출 확대와 일자리 창출에 혈안이 돼있는 상황에서는 정부가 시장개입으로 큰 흐름을 막기는 힘들 것"이라며 "기업들 스스로 원가절감 및 생산성 향상을 통해 가격경쟁력을 높이고 달러 일변도(무역결제의 85% 차지)의 결제통화를 엔화, 유로화 등으로 다양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 우려되는 성장잠재력 위축 문제는 환율 하락의 폭과 속도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내년 평균 환율을 올해(평균 달러당 1천1백80원)보다 70원(5.9%) 낮은 1천1백10원으로, LG경제연구원은 80원(6.7%) 떨어진 1천1백원으로 예상했다. 외국계 투자은행인 UBS는 점진적 원화 절상을 통해 1년후 환율이 1천1백15원에 이를 것으로 봤다. 미 모건스탠리는 좀 더 비관적이다.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스티븐 로치는 "엔ㆍ달러 환율이 24% 더 떨어질 것이며 원화 역시 1천원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 국내 경제에 미칠 파장은 간단하지 않을 전망이다. '환율 추가 하락→수출기업 채산성 악화→생산ㆍ소비ㆍ투자 위축→성장률 하락→성장잠재력 위축'의 악순환 고리가 이어질게 뻔하다. 무역협회 조사에 따르면 환율이 1천1백50원 밑으로 떨어지면 수출 중소기업의 85%는 적자수출이 불가피할 것으로 나타났다. 또 환율 10% 하락시마다 제조업 평균 매출액은 5.1%, 경상이익률은 3.0%포인트씩 하락하고(LG경제연구원), 전체 기업 이익은 12.5%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모건스탠리)된다. 이 때 경제성장률은 0.8%포인트(한국은행)∼0.9%포인트(한국개발연구원)씩 떨어지는 것으로 추계되고 있다. 그러나 일본 엔화와 중국 위안화의 절상폭과 속도가 원화를 웃돌 경우 오히려 해외수출 호조 등의 반사이익이 적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또 '원고'에 대응키 위한 국내 경제의 구조조정 가속화는 장기적으로 경제의 체질강화라는 긍정적 효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정부가 성장률 유지를 위해 무리하게 시장에 개입하기 보다는 한ㆍ중ㆍ일간의 통화안정 협의체 구성을 통해 서로간의 갈등요소를 줄이고 긴밀히 논의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