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한 시장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 바로 돌발변수에 크게 움직이는 주가다. 대한항공이 대표적인 예다. 대한항공 주가는 지난 23일 1만5천원선을 회복했다. 환율하락추세로 이익이 급증할 것으로 분석된 게 주가 상승의 주요인이었다. 그러나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유가 인상이라는 돌발 악재가 생겼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원·달러 환율이 10원 하락할 때마다 연간 5백80억원의 경상이익을 얻는 것으로 증권업계는 분석했다. 이는 작년 이 회사 경상이익(1천2백72억원)의 45%에 달하는 규모다. 달러표시 부채가 48억달러에 달해 외화관련 평가이익이 연간 4백80억원 정도 늘어나고 현금흐름도 80억원 정도 개선되는 데 따른 것이다. 시장의 평가가 좋아질 만도 하다. 그러나 유가 급등이라는 복병이 나타나면서 상황은 돌변했다.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르면,영업이익은 2백50억~2백80억원정도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환율 급락의 반사이익으로 함박웃음이 번졌던 대한항공은 다시 울상이 될 수밖에 없다. 26일 일본 홋카이도에서 발생한 강력한 지진은 국내 업체의 주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SK S-oil 등 정제업체의 주가가 상승세를 탄 것. 삼성증권은 일본 홋카이도 피해공장의 규모(일산 14만배럴로 SK의 17% 규모)가 크지는 않으나,1차적으로 국제정제 마진 상승과 일본쪽으로의 수출 증대 가능성 등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홋카이도 외에 다른 지역의 공장에 피해가 없다면 반사이익은 극히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하루짜리 재료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약세장에서는 테마를 재료로 숨가쁜 순환매가 돌고,작은 재료에도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성이 나타난다. 추세를 보고 투자하기보다는 루머에 따라 주식을 사거나 파는 투기성 투자도 늘어나게 마련이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