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투자에 급급한 한국투자자의 초조함이 최악의 국면을 만들고 있다" 도이체방크 투자전략가인 스티브 마빈(사진)은 26일 이같이 말하면서 한국경제에 대해 경고성 발언을 서슴치 않았다. 스티브 마빈은 환율 급락(원화 절상)으로 한국이 경기 부진과 증시 침체를 겪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지난8월말 한국 경제에 대해 긍정적인 분석을 내놓았다. 수출이 여전히 견고해 내수 부진을 상쇄하고 성장이 가능하다는 논리를 폈다. 그러나 이번 환율 급락은 이런 가능성을 물거품으로 만들고 있다고 그는 주장했다. 마빈은 "가계 부채는 갈수록 증가하고 가처분소득은 줄어드는 데다가 고용불안으로 내수가 극도로 위축돼 있는 상황에서 유일한 탈출구인 수출마저 이번 환율 하락으로 침체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마빈은 이런 상황에서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모멘텀 플레이에만 의존하고 △외국인투자자의 매수세가 꺾일 것이며 △대만증시 개방은 한국에서의 외국인 매수세를 더 저하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중국으로의 잇따른 진출로 빚어지는 한국 제조업의 공동화 현상은 한국 증시의 여건을 갈수록 악화시키고 있다고 그는 분석했다. 마빈은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장기투자를 유도해 투자문화를 형성하고 증시를 안정화하는 데 기여하지 못할 뿐 아니라 환율 변화에 과민반응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의 기관은 그때그때 뉴스에 민감하게 주식을 사고파는 행태를 지속하고 있다"면서 "이번 환율 급락으로 한국 수출주들의 실적 악화가 예상되는 만큼 모멘텀을 보고 투자하는 기관들이 증시에 들어오는 것을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외국인이 갑작스러운 매도세로 돌아서진 않겠지만 외국인만이 버티는 장세는 오래 못 갈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마빈은 "한국 증시에선 방어적인 투자전략이 바람직하다"면서 "배당률이 높고 베타 지수가 낮은 종목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런 종목으로 S-Oil,KT&G,LG카드,한국가스공사,기업은행,LG석유화학,부산은행,SK,현대산업개발,대구은행,LG건설,우리금융,신도리코,대우건설,한미은행,LG화학,하나은행 등을 꼽았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