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2년 넘도록 미국의 신흥시장 투자자들의 선호대상이었으나 최근 일부 투자자들은 다른 곳으로 관심을 돌리기 시작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19일 보도했다. 신문은 한국이 아시아에서 장기 경제성장 전망이 가장 뛰어난 국가중 하나로 꼽히지만 단기적으로는 이웃나라에 비해 경제 성장이 더딜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게다가 북한과의 긴장관계도 최근들어 가장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서울증시의 종합주가지수가 지난 3월 저점에서 47% 급등했지만 한국 투자자들이 매도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지난 3월 중순이후 국내 투자자들은 4조원의 순매도를 기록해 외국인 투자자들이 지난 4개월간 9조원을 순매수한 것과 사뭇 대조적이다. CLSA 이머징마켓의 크리스토퍼 우드 투자전략가는 "한국 투자자들은 경제가 회복될 것이라는 확신이 없다"고 말했다. 개인투자자들은 주식을 파는 대신 부동산을 사들이고 있으면 기관투자가들은 채권을 선호하고 있다. 단지 수출기업들만 유일하게 세계 경제 회복에 따라 모멘텀을 얻고 있을 뿐이다.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매튜 인터내셔널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마크 히들리 대표는 "현 시점에서 한국 경제 전망은 불투명하기 때문에 아시아의 다른 국가의 리스크가 적어 보인다"며 한국 주식을 팔고 홍콩과 싱가포르, 인도에 다시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드 투자전락가도 서울증시의 랠리가 경제의 펀더멘털 수준을 앞질렀다고 보고 있다. 일례로 그는 한국의 소비주는 급등했으나 지난해 중반이후 소비자신뢰지수가 급락한 것은 전례없는 이상현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부채주순도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회사채와 금융기관의 대출규모의 합계는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의 177% 수준이라며 이는 지난 98년말의 175%를 초과한 것이라고 그는 밝혔다. 이에 반해 비록 내수경기는 우려되지만 세계 경제 회복에 따라 한국의 수출업체들의 수익률이 뛰어날 것으로 보는 애널리스트들도 많다고 신문은 전했다. 모간스탠리의 박 웅 애널리스트는 "서울증시가 아태지역에서 다른 증시에 비해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추세가 끝나지 않았다"며 "한국의 최대 수출처로 부상한 중국의 소비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포스코와 LG화학의 전망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디지털TV의 세계적 수요증가는 삼성전자와 삼성SDI 등에 호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밖에 뉴욕의 밴 에크 아시아 다이너스티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데이비드 샘플은 "세계 경기가 되살아나기 때문에 한국 증시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는 여전히 경쟁사보다 주가가 싸며 현대차는 미국 자동차시장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다면서 이들 종목을 선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준억기자 justdus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