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LG, SK 등의 재벌그룹이 출자총액규제를 빠져나가기 위해 가장 많이 활용하는 항목은 '동종 및 밀접한 관련 업종 출자'와 '외국인 투자기업 출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정작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보기술(IT)이나 생명공학(BT) 등 신기술 분야의 출자는 단 한 건도 없어 출자 규제의 적용 제외와 예외 인정이 기업 경쟁력보다는 지배력 강화에 이용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7일 공기업집단 5개를 포함, 출자총액규제를 받는 17개 기업집단이 출자한도를 초과했지만 법상 적용 제외와 예외 인정을 허용받아 출자총액규제를 벗어나고 있는 현황을 각 기업집단의 계열사별로 공개했다. 공정거래법은 자산 5조원 이상 기업집단 계열사에 대해 순자산의 25%를 넘는 타기업 출자를 금지하면서 ▲공기업 인수 ▲사회간접자본(SOC) 영위 회사 출자 ▲동종및 밀접한 관련 업종 출자 등에는 출자총액규제를 적용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정거래법은 아울러 ▲구조조정 관련 출자 ▲외국인 투자기업 출자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한 IT, BT 등 신(新)산업분야 출자 ▲벤처기업 출자 등도 출자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예외로 인정해 주고 있다. 이들 항목 가운데 재벌그룹들은 '동종 및 밀접한 관련 업종', 그리고 '외국인투자기업 출자'를 집중적으로 이용해 출자 규제를 벗어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은 출자총액 6조2천743억원 중 적용 제외와 예외 인정 총액이 1조8천167억원으로 전체 출자액의 29%에 달했고 이중 '동종 및 밀접한 관련 업종 출자'와 '외국인 투자기업 출자'가 각각 1조1천972억원과 805억원으로 전체 비규제 출자의 70%를차지했다. LG는 출자총액 4조3천363억원 중 적용 제외와 예외 인정 총액이 2조3천973억원으로 전체 출자액의 55.3%에 달했으며 이중 '동종 업종'과 '외국인 투자기업' 항목이 각각 1조742억원과 1천584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SK 역시 출자총액 4조9천753억원 중 규제를 벗어난 출자가 2조1천237억으로 42.7%에 이르렀으며 이중 '동종 업종'과 '외국인 투자기업 출자'가 각각 1조2천831억원과 4천432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러나 사업 특성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어 LG는 공기업 인수를 통한 적용 제외항목이 8천178억원으로 많았고 운송 분야 비중이 큰 한진과 금호는 SOC 기업 출자가각각 1천437억원과 2천901억원으로 '동종 업종 출자'와 맞먹거나 더 많았다. 또 한화는 '동종 업종'출자가 3천333억원인 반면 구조조정 출자와 외국인 투자기업 출자가 각각 8천404억원과 7천543억원으로 훨씬 더 많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동종 업종'의 경우 총수가 없는 KT를 제외하면 지난해 4조7천억원에서 올해 6조5천억원으로 늘었고 외국인 투자기업 출자도 지주회사화로 규제에서 빠진 LG를 제외하면 8천억원이 늘어난 2조2천400억원에 이르는 등 계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수기자 jski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