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영 금강고려화학(KCC) 명예회장이 현대그룹을 직접 관리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현대그룹의 앞날이 어떻게 바뀔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22일 현대그룹에 따르면 정 명예회장은 "당분간 현대그룹을 섭정(攝政)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故)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자리를 대신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되며향후 현대그룹 경영은 정 명예회장 주도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그가 `계열사 정리'와 `회장급 경영인 선임' 의지를 밝힌 데에서 비춰볼때 대규모 인사태풍을 동반한 그룹 재편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룹 지배 어떻게 가능한가= 정상영 명예회장이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막냇동생으로 집안의 `어른'이기는 하지만 그룹 지주회사격인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상선의 보유 지분은 경영권을 행사하기에는 부족하다. KCC 계열사가 가지고 있는 주식은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3.1%와 현대상선 지분2.9%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정몽헌 회장의 경우에는 직접 소유한 주식이 현대상선 지분 4.9%밖에 없었지만장모 김문희 여사가 현대엘리베이터의 대주주(18.57%)여서 그룹 총수로 인정받았다. 따라서 정 명예회장이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김문희 여사의 도움이 필요하다는지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김문희 여사의 지분 대다수가 정 명예회장에게 담보로 잡힌 것으로 알려져있어 경영권 행사에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것이 현대그룹 주변의 분석이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누가 회장을 맡든지 정몽헌 회장의 유지만 잘 이어진다면김 여사는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룹 경영 얼마나 관여할까= 정상영 명예회장은 정몽헌 회장보다 그룹 경영에훨씬 적극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몽헌 회장은 그룹 총수로 인정받기는 했지만 현대아산의 남북경협사업에만 몰두할 뿐 계열사 일에는 거의 관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 명예회장은 회장급 경영인을 물색하고 현대상선 육성 방안을 마련하는 등 그룹 경영을 직접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현대그룹 관계자는 "그룹 일에 일일이 관여하겠다기보다는 정몽헌 회장 사망 이후 어수선한 상황을 수습하고 경영권 위기 등 돌발상황에 대처하기 위해나선 게 아니겠냐"고 해석했다. ▲`외적'보다는 `내적' 변화 예고= 정 명예회장은 상선과 택배, 엘리베이터 등3사만 남겨두고 나머지 계열사들은 정리하겠다는 의중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현대그룹의 영향력 안에 있는 계열사는 이들 3곳을 비롯해 현대아산과 현대증권, 현대투신증권과 현대투자신탁운용, 현대오토넷, 현대정보기술 등 9∼10개정도다. 이 중 현대투자신탁운용과 현대투신증권은 매각이 마무리 단계고 현대투신증권이 대주주인 현대오토넷과 현대정보기술도 투신증권의 매각과 함께 현대그룹에서 떨어져 나갈 예정이어서 정 명예회장이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은 제한적이다. 정 명예회장이 따로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현대아산의 진로가 관심이지만 정주영 명예회장의 유지가 깃든 현대아산을 그룹에서 쉽게 떼어내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현대아산 관계자도 "대북사업은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말을 아꼈을 것"이라며 "금강산에 대한 정 명예회장의 애착은 깊다"고 말했다. 따라서 그룹 외적인 모양새에 갑작스런 변화가 오기보다는 경영진 등 내적 구성이 바뀔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분식회계 등 현대 부실에 책임이 있는 인사들을 배제하고 KCC그룹 인사들이 투입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기자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