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주가지수 700이 무너졌다. 이날 주가하락 폭은 두달여만에 가장 큰 폭(2.39%)이었다. 코스닥지수도 이날 3.10% 급락, 3개월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외국인이 돌연 '팔자'로 돌아선데다 상장(등록)종목 1천6백여개 가운데 1천3백여개 종목이 하락했다. 시장 참여자들의 투자심리는 급랭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날 장세에 대해 4개월 연속 상승에 따른 에너지 소진에서 비롯된 '자연스러운 조정'이라고 평가한다. 시장이 완연한 조정국면에 진입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황창중 LG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조정의 폭과 시기는 미국 증시에 달려 있다"면서 "1차 지지선은 670∼680선이며 650을 밑돌지 않으면 큰 추세가 무너진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 외국인 매도세 배경 외국인의 '팔자' 물량이 이날 하락장세를 불러왔다. 외국인은 이날 삼성전자 등 정보기술(IT)주를 중심으로 거래소시장에서 1천5백22억원, 코스닥에선 3백48억원어치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하루 순매도 금액으로 석달여만에 가장 많은 것이다. 전날 미국 증시에서 노키아, IBM의 2분기 실적발표가 시장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자 나스닥지수가 2.86% 급락한게 이날 국내시장에서 외국인 매물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휴대폰업체인 노키아 주가는 20%나 추락, 미국과 유럽증시에서 기술주 동반하락을 초래했다. 삼성전자의 외국인 매물도 이런 맥락에서 풀이할 수 있다. 그러나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들은 "외국인이 본격 차익실현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없다"면서 "이날 매도세는 나스닥지수와 연동해 매매하는 일부 외국인투자자들의 경계매물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궁금증 더해가는 조정 폭과 시기 거래소시장의 삼성전자, 코스닥시장의 인터넷주 등 시가총액 상위 몇몇 종목을 제외할 경우 주가는 이미 조정국면에 진입했다는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박승원 서울증권 투자분석팀장은 "거래소시장의 중형주 지수는 지난 7일 고점을 찍은 후 열흘 동안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다"면서 "상당수 개별 중소형주는 고점에서 10∼20%가량 하락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번 조정의 폭과 시기는 쉽게 점칠 수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실적발표 시즌에 들어간 미국시장,그리고 외국인이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지 예상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다만 670선 부근에서 1차 지지를 받고, 최악의 경우 60일 이동평균선이 지나가는 650선까지 떨어지는 것도 상정해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서울증권 박 팀장은 "오는 8월말∼9월초 국내 경제지표가 개선되는 것이 확인될 때까지 조정을 받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 저가매수 전략이 유효 전문가들은 이번 조정을 우량주 저가매수의 기회로 활용할 만하다고 권고한다. 김석규 B&F투자자문 대표는 "최근의 하락세는 대세상승 초기국면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1차 조정국면으로 볼 수 있다"면서 "상승장에서 소외됐던 일반인이 우량주를 저가에 매수할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그는 "글로벌 IT경기 회복에 대한 믿음이 훼손되지 않은 만큼 시장을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장득수 신영증권 압구정지점장은 "대부분 개인투자자들은 외국인 주도의 가파른 상승장에서 소외받았다"면서 "이번 조정을 계기로 개인의 시장참여가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