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채권, 외환의 3대 자금시장이 이상 과열 현상으로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18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채권은 미국발(發) 악재로 금리가 폭등하고 증권시장은 외국인의 매수에 힘입어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으며 환율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있다. 이들 자금시장의 불안감은 국내 경제 여건보다는 외부 요인과 투기 자금에 의한것으로 분석되고 있어 일시에 거품이 꺼질 경우 경제 주체들에 미치는 충격이 클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외국 자본 투기장 전락한 증시 지난 16일 거래소시장에서 주가지수는 전날보다 7.44 포인트 오른 720.89로 출발해 3.03 포인트(0.42%)가 상승한 716.48로 마감됐다. 이달 초의 670선에 비해 무려 50 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전날 미국 증시의 하락에도 아랑곳 없이 외국인이 12일째 순매수에 나선 게 상승의 주요 배경이다. 외국인은 이날만 1천698억원을 순매수했고 개인은 순매수로 출발하다 259억원순매도로 돌아섰으며 기관은 1천96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지난 5월 이후 40억달러 이상을 주식시장에 투입하고 있다. 당국은 그러나 외국 자본이 투기 의혹이 짙어 언제든 빠져나갈 수 있다는 점을우려하고 있다. 특히 증시가 폭락하면 기업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짐은 물론 하락세를 보이던 환율이 급반등해 기업들에 큰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국내 경제 상황은 침체 국면이고 회복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게전문가들의 시각인데도 주식 매수로 일관하는 자금이라면 투기성이 있다고 해석할수 밖에 없다는 게 당국의 입장이다. 정부는 경제 여건이 빨리 나아져 국내의 개인과 기관들의 투자가 살아나야 비로소 증시가 자리를 잡을 것으로 보고 경제 살리기와 증시 수요 기반 확충에 힘을 쏟고 있으나 생각한 대로 잘 되지는 않는 모습이다. ■채권시장 금리 폭등 콜금리 인하를 전후로 상승 조정을 보이던 채권 금리가 16일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미국 경기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에 영향받아 급등했다.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은 전날보다 0.17% 포인트 오른 연 4.49%로 마감됐다. 콜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하락 행진을 벌이며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던 지난3월16일의 3.95%에 비하면 0.54% 포인트나 올랐다. 이로 인해 장기 채권에 대한 매물이 대거 쏟아진 반면 단기 채권에 대한 일부매수세를 제외하고는 매매 자체가 소강 상태를 보이는 등 투자 심리가 극도로 냉각됐다. 이는 미국 경제의 회복세가 하반기에 가속될 것이라는 그리스펀 의장의 낙관적인 경기 전망으로 미국 국채의 금리가 급등한 여파가 국내 채권시장에 충격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채권시장에서는 그린스펀 의장의 발언을 계기로 최근의 하락 기조가 후퇴하며한 단계 수준을 높이던 금리가 아예 상승 추세로 돌아서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에휩싸여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금리 폭등이 상승 추세로 이어질 경우 자칫 기관투자가 등의평가손을 키워 자금시장의 부실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환율 하락..수출기업 채산성 악화 원/달러 환율은 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0.70원 오른 1천176.70원에 마감, 6일만에 상승세로 반전했다. 이는 그러나 지난달 말 1천193원에 비해 17원 가량 내린 것으로 기업들이 수출채산성을 맞추기에 필요한 적정 환율 1천227∼1천240원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정부는 이 같은 환율 하락은 외국의 투기성 자본의 농간으로 규정하고 필요하면주저없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15일에는 환율 안정을 위한 외국환평형기금채권 4조원의 추가 발행에 대한국회의 승인도 받아 놓은 상태다. 정부는 16일 환율이 오름세로 반전했지만 중소기업이 아직도 어려움을 느끼는상황으로 판단하고 있다. 환율이 내려갈 경우 우리 경제의 유일한 버팀목인 수출의 채산성마저 악화돼 거시경제 운영에 차질이 발생하고 중소기업의 경우 유동성 위기마저 맞을 수 있다고우려하고 있다. 국제금융기관들은 대체로 원화 강세 기조가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어우려를 더하고 있다. 모건 스탠리는 원/달러 환율을 1천150원, JP 모건은 1천100원으로 최근 수정 제시했다. 최중경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은 "환율이 시장 원리에 의하지 않고 외부적 요인에 의해 좌우된다면 바로 적절한 대응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대호기자 dae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