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700선을 훌쩍 넘어섰지만 대세 상승기로들어서려면 극복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시장에서 기대하는 경기 회복 조짐이 확인되지 않아 투자주체들의 관망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미국과 국내 기업의 실적 발표기를 맞아 주가 변동성도 심화될 전망이다. 아울러 증시 침체기 주식형 상품 매수세를 촉진했던 주가 연계 상품의 `임무 완수'로 인한 매물화 가능성도 상승장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장 주도 속 펀더멘털 불변 최근 국내 증시 상승은 전적으로 외국인의 강도높은 매수세에 기인한 것이다. 10일 거래소시장에 따르면 외국인이 본격 매수에 나선 지난달 초부터 이달 9일까지 외국인 순매수 규모는 3조8천669억원에 달한 반면 개인과 기관은 2조1천404억원과 2조168억원을 각각 순매도했다. 개인과 기관이 팔아치운 주식 이상을 외국인이 사들였기 때문에 상승이 가능했던 셈이다. 미국 증시의 상승을 바탕으로 외국인은 국내를 비롯한 아시아 증시에서 적극적인 비중 확대에 나선 반면 개인이나 기관은 아직까지 펀더멘털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작년 말의 5.3%에서 3.1%로 낮추며 하반기 세계 경제 회복과 저금리 기조, 추경 예산 집행 등에도 불구하고 성장률이 저조할 것으로 전망한 것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어닝 시즌(Earning Season) 변동성 국내 증시는 미국 증시가 하반기 정보기술(IT) 경기 개선에 대한 기대감으로 상승 랠리를 보이며 외국인들이 적극적인 매수에 나서 강세장을 유지했다. 하지만 국내 증시는 앞으로 2.4분기 어닝 시즌에 커다란 변동성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최근 발표된 미국의 경제지표들이 IT산업을 비롯한 하반기 경기 회복 가능성에무게를 둘 수 있도록 했으며 이를 미리 반영해 미국 증시가 급등했다. 그러나 실적 발표를 통해 기대감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시장과 괴리가 발생할 경우 주가는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의 주가 조정이 국내 증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이다. 메리츠증권 유성엽 선임연구원은 "현 주식시장에서는 어닝 시즌 위험이 외국인매수세로 인해 상쇄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하지만 앞으로 2∼3주간 진행될 어닝 시즌에 국내 증시는 변동성 위험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LS.ELF 매물 전환 `주의보' 증권사와 투신사들이 앞다퉈 내놓은 주가연계증권(ELS)과 주가연계펀드(ELF)도대세 상승장으로 가는 길목에 `복병'으로 지목되고 있다. ELS와 ELF는 원금과 아울러 지수가 일정하게 상승하면 기대했던 수익을 보장받는 상품으로 최근 주가가 오르자 수익률 확정 상품이 속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목표 수익률을 달성한 ELS와 ELF는 청산에 들어가게 되고 시장에 프로그램 매매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LG투자증권 온대용 연구원은 "이들 상품은 목표 수익률에 도달하면 상품에 편입됐던 선물 매수물량을 해지해야 하기 때문에 매물로 전환된다"며 "선물시장의 매물증가는 시장 베이시스를 악화시켜 현물시장에서의 프로그램 매물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증권사 ELS는 모두 6천500억원, 투신사 ELF는 9천억원 규모로 매물로 나올 수 있는 물량이 아주 크지는 않지만 상승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연합뉴스) 한승호기자 h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