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장외전자거래시장(ECN)에 23일부터 가격변동제가 도입됨에 따라 투자자들은 거래소와 코스닥 말고 또 하나의 '살아있는' 시장을 갖게 됐다. 증권업계 역시 ECN의 활성화가 전체 증시의 거래량.거래대금 증가로 이어지기를 기대하며 관련 인원과 서비스를 확충하고 다양한 고객 유치 행사를 준비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상하 5% 가격 변동, 하루 9번 주문 체결 23일부터는 ECN에서 거래되는 종목들에 대해 거래소와 코스닥의 당일 종가를 기준으로 상하 5%씩의 가격 변동이 허용된다. 지금까지 ECN에서의 매매는 정규 시장의 당일 종가만으로 거래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제는 ECN에서도 가격제한폭 범위내에서 매매를 통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된 만큼 종전에 비해 거래가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ECN에서도 앞으로는 장을 마감할 때 최고 5% 상승 또는 하락 종목이 나올 수 있지만 ECN 종가가 다음날 정규 시장까지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매매 체결 방식도 '단일가 매매' 방식으로 바뀐다. 그동안 ECN은 거래소, 코스닥과 마찬가지로 가격만 맞으면 실시간으로 매매가 이뤄지는 '즉시 체결' 방식을 사용했으나 23일부터는 매매 주문을 30분 단위로 모아일괄 체결한다. ECN 개장 시간이 오후 4시30분부터 오후 9시까지이므로 히루 9번의 매매가 이뤄지는 셈이다. 시세 조종 등을 막기 위해 주문 체결 시점 결정에 '랜덤엔드(Random-End)' 방식을 도입한 것도 눈에 띈다. 예를 들어 오후 4시30분 개장 후 첫 주문 체결은 오후 4시55분~5시 사이의 5분 사이에 컴퓨터가 고른 임의의 시점에서 이뤄지는 식이다. ◆ 야간 공시. 유럽시장 동향에 주목 투자자들은 기존 증권계좌만 있다면 별도의 절차 없이 국내 32개 ECN 거래회원증권사의 HTS(홈트레이딩시스템), ARS(자동전화응답서비스), 고객지원센터 등을 통해 ECN에 참여할 수 있다. 매매 가능 종목은 KOSPI200과 KOSDAQ50에 포함된 총 250개 종목이며 주문 단위는 정규 시장과 마찬가지로 거래소 종목은 10주, 코스닥 종목은 1주다. ECN 투자에서 투자자들이 유의해야 할 변수는 야간공시와 유럽증시의 동향이다. 정규 시장 마감 후 공시되는 거래 정지 등 시장 조치가 곧바로 당일 ECN부터 적용되므로 야간 공시 내용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기업들이 불리한 경영 정보를 정규 시장 장중이 아닌 장 마감 후내보내는 소위 '올빼미 공시' 관행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또 ECN의 개장 시간이 우리 시각으로 오후 5시께부터 시작되는 유럽증시의 개장시간과 겹치는 만큼 영국 FTSE, 프랑스 CAC, 독일 DAX 등의 동향에도 주위를 기울여야 한다고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 시장 규모 확대, 역동성 증가 기대 가격변동제 도입 등 이번 제도 변경을 통해 증권업계가 기대하는 것은 무엇보다증시의 거래량 및 거래대금이 늘어나는 '시장 규모 확대의 효과'다. 2001년 ECN이 개장된 이후 지난 17일까지 ECN의 거래 비중(정규 시장 거래량 대비 ECN 거래량)은 평균 0.62% 수준에 불과했다. 증권업계는 ECN의 가격변동제 도입을 계기로 향후 국내 ECN의 거래 비중도 미국상위 ECN 거래회사들의 평균 2~3% 수준까지 점차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ECN 활성화에 따른 시장 규모의 확대가 곧바로 증권사들의 대규모 수익증가로 이어지기는 힘들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김성수 LG투자증권 연구원은 "ECN 가격변동제 도입으로 주식거래대금은 현재보다 늘어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개장 이후 ECN의 하루 평균 주식거래대금이 44억원으로 정규 시장의 0.1%에 그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증권사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외국(유럽)시장과의 연계 강화 ▲투자 저변 확대 ▲정규 시장의 충격완화 등도 ECN 활성화의 `부수 효과들'로 거론되고 있다. ◆ 증권사들, ECN 고객 유치 나서 증권사들은 ECN 가격변동제 도입을 계기로 관련 분야의 인력과 서비스를 확충하고 고객 확보를 위해 각종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은 23일부터 다음달 31일까지 ECN 거래고객 999명에게 추첨을 통해 인터파크, 대한항공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마일리지를 증정할 계획이다. 한화증권도 23일부터 6주일 동안 일주일마다 ECN 거래대금이 300만원 이상인 고객 1명을 추첨으로 선정, 경품으로 70만원 상당의 수익증권을 주기로 했다. E*TRADE증권 역시 ECN 매매수수료의 2%를 포인트로 적립, 쇼핑몰 이용이나 이동통신요금 납부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증권사들은 ECN 투자자들을 위한 투자 정보 제공 서비스도 강화하고 있다. 굿모닝증권은 투자분석부에서 오후 9시 ECN 종료시까지 실시간 투자정보를 HTS를 통해 제공하며 콜센터 야간 당직 인력도 늘렸다. LG투자증권은 정규 시장 시황을 ECN 개장 전에 투자자들에게 제공하고 ECN 시황역시 다음날 정규 시장 전에 'ECN 브리프' 등의 형태로 온라인에 배포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기자 shk99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