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매수세가 심상치 않다. 외국인이 올들어 처음으로 5일 현재 7거래일 연속 '사자'에 나서 1조원에 육박하는 돈을 거래소시장에 쏟아부었다. 외국인의 순매수 행진은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4일까지 7천976억원어치 매수우위를 기록했고 이날 오후 2시40분 현재 1천692억원 매수우위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은 이라크 전쟁, 북한 핵문제 등으로 대내외 여건이 악화된 지난 2월부터 팔자에 나섰고 순매도 규모는 2월 6천466억원, 3월 7천168억원, 4월 7천554억원으로 커져 `셀 코리아'(Sell Korea)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 나스닥 시장이 IT(정보기술)주를 중심으로 급등하자 외국인은 지난달 국내 IT주식을 중심으로 입질을 시작했다. 증시전문가들은 외국인 순매수의 배경으로 미국 증시 강세, IT 경기회복에 대한 낙관론 확산, 글로벌 펀드의 한국비중 조절, 국내 악재의 주가반영 마무리 등을 꼽았다. 이들은 미국 시장이 경기회복 기대감을 반영하며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최근 D램값 바닥론이 언급되면서 IT경기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며 삼성전자 등 IT 대표종목이 포진한 한국시장에 외국인이 관심을 기울일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또 최근 국제 분산투자를 원칙으로 하고 국가. 자산별로 보유비중을 결정하는 중장기적 성격의 글로벌 펀드가 상대적으로 보유비중이 낮은 일본.한국시장에 눈길을 돌리는 것도 외국인 매수의 배경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관련 펀드 자금은 올해 1월 135억원 순유출을 기록한 뒤 2∼4월에도 30억∼50억원의 순유출을 보였지만 글로벌이머징마켓(GEM)펀드와 인터내셔널펀드에 90∼100억원대의 자금이 유입되면서 5월에는 183억원 순유입으로 돌아섰다. 대신증권 조용찬 연구원은 "미국 시장을 비롯한 세계 증시의 견조한 움직임이 계속되는 동안에는 반도체.전기전자.금융주 등으로 외국인의 매수세가 유입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메리츠증권 조익재 투자전략팀장은 "IT경기 회복에 대한 낙관론 등 심리적 요인이 외국인 매수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며 "당분간 외국인의 매수가 국내 증시 수급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다만 국내 경기회복 신호가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최근 외국인의 매수를 '바이 코리아'(Buy Korea)로 해석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매수의 배경이 미 증시 급등 등 대외적 여건에서 비롯된 측면이 많고 줄여뒀던 한국시장 투자비중을 다시 채워가는 상황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LG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 매수는 미국 시장의 강세와 글로벌펀드의 투자비중 조절에서 비롯된 현상"이라며 "국내 경제의 본격적인 회복신호가 나타나지 않은 상황에서 추세적인 외국인의 매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윤섭 기자 jamin7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