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이 SK글로벌에 대해 '청산형 법정관리'를 신청키로 결정, 자산 47조원의 재계 3위인 SK그룹은 공중분해될 위기에 몰리게 됐다. 물론 SK그룹이 막판에 채권단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는 '백기투항'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SK가 '글로벌 살리기'를 포기한다면 채권단의 법정관리 신청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 경우 채권단은 SK글로벌 채권을 회수하기 위해 대주주인 최태원 SK㈜ 회장이 담보로 내놓은 계열사 주식을 전량 처분, 그룹 체제의 붕괴는 불가피해진다. SK 계열사들은 뿔뿔이 흩어져 독립경영을 가속화하겠지만 큰 어려움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채권단이 담보로 잡고 있는 최 회장 지분의 향방에 따라 전 계열사가 적대적 기업인수합병(M&A)의 위기에 놓일 수도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 SK그룹 해체되나 최 회장은 그동안 개인회사인 SK C&C가 갖고 있는 SK㈜지분 8.63%로 지주회사격인 SK㈜를 포함한 SK그룹 전체를 지배해 왔다. SK㈜는 SK텔레콤 19.8%, SK글로벌 37.9%, SKC 47.7% 등 주요 계열사들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었다. 최 회장은 이와 함께 SKC 7.5%, SK글로벌 3.31%, 워커힐호텔 46.8%, SK C&C 44.5% 등 모두 4천5백억원대(2월말 기준)의 주식을 담보로 맡겼다. 채권단이 이를 처분할 경우 최 회장은 SK㈜의 지배력을 잃게 되고 연쇄적으로 그룹 전체에 대한 경영권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SK 계열사들은 오너가 사라지면 각자 독립경영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된다. 물론 유럽계 소버린자산운용이 14.99%의 지분으로 SK㈜의 최대주주가 되어 있으나 현재 경영에 참여하지 못한 상태. 주총을 통해 이사회에 참여한다 하더라도 한국적 기업풍토상 그룹 전체를 지배하기는 어렵다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따라서 SK㈜ SK텔레콤 SK케미칼 SKC 등 각 계열사들은 독립 경영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각 계열사는 손길승 회장의 주도아래 그룹체제를 유지한다 해도 과거와는 다른 느슨한 연합체 성격을 띨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 부실 계열사 동반 퇴출 가능성 SK그룹이 해체되고 각 계열사가 독립경영을 하게 되면 부실 계열사들도 동반 퇴출될 가능성이 높다. 상대적으로 우량한 계열사들도 그룹 해체에 따라 기업이미지에 타격을 받고 경영에도 어려움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 무엇보다 채권단이 SK글로벌 사태에 대한 그룹 책임을 이유로 각종 채권을 회수하는 등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SK㈜ 또한 SK글로벌 투자손실 6천5백억원과 매출채권 1조원대 손실 등으로 상당한 자금부담을 안게돼 재무구조가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SK글로벌에 위탁했던 주유소 영업망을 잃을 가능성도 커져 영업망 복구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처지다. 다만 상대적으로 우량한 SK텔레콤은 그룹에 대한 지원부담에서 벗어나 탄탄한 기반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