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폭스바겐과 아우디 승용차를 수입하는 고진모터임포트는 최근 독일 본사와 수입환율을 재협의하기로 했다. 연초 1천2백50원이던 원·유로 환율이 12% 급상승,1천4백원에 달하면서 대당 3천6백만원인 뉴비틀 한 대를 팔 때마다 4백만원의 환차손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유로화가 초강세를 보이면서 수출입업체의 환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독일 등지로부터 고가 설비 등 자본재를 수입하는 중공업 업체는 급증하는 환차손으로 인해 막대한 손해를 떠안고 있다. 반면 달러화 결제비중이 높은 수출업체들은 원·달러 환율이 1천2백원 밑으로 떨어지면서 매출감소와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원·유로,한 달새 1백원 상승 지난달 22일 1천3백8원대까지 가라앉았던 원·유로 환율(고시환율 기준)은 최근 들어 급상승,이달 21일에는 1천4백원대까지 치솟았다. 한 달 만에 환율이 1백원이나 오르면서 지난 99년 유로화 출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유로화가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두 가지.미국이 수출경쟁력 확보를 위해 달러 약세를 유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데다 국제 투자자금도 금리와 주가가 낮은 미국보다 유럽쪽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기업 수익성 악화비상 삼성경제연구소는 북핵사태에도 불구,달러 약세가 지속될 경우 원·달러 환율이 1천1백50원대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미지역 수출과 달러결제 비중이 높은 국내 수출업체엔 당장 비상이 걸렸다. 전체 매출 중 수출비중이 70%에 달하는 삼성전자의 경우 원·달러환율이 10원 떨어질 경우 매출이 1천2백억원 줄어들게 된다. 삼성전자의 달러결제비중은 70%인 반면 유로화 비중은 20%에 불과하다. 현대자동차도 전체 수출대금 가운데 70%가 달러결제로 이뤄지고 있다. 삼성증권은 유로화 강세에도 불구,달러약세 기조가 이어지면서 현대차의 수익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차는 유로화 결제비중이 30%로 다소 높지만 달러(60%)의 절반에 불과하다. 한은에 따르면 수출입관련 거래통화 가운데 유로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3∼4%에 불과하다. 지난해 유럽지역 수출입 비중이 13.4%에 달하는 점을 감안할 때 지나치게 낮은 수준이라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등 선박건조대금을 1백% 달러로 받는 조선업체들도 매출감소와 수익성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저달러 기조가 장기화될 경우 사업계획 수정을 검토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남아 거래까지 유로화 결제 기아자동차는 유로화 결제비중을 현재 30%에서 향후 유로화 강세기조에 맞춰 40∼50%까지 높이기로 했다. LG전자도 중동 동남아 등으로 수출하는 제품에 대해 유로화 결제비중을 늘리는 등 달러 의존도를 낮추기로 했다. ㈜코오롱은 지난해 전체 수출에서 8.3%에 불과하던 유로화 결제 비중이 올해는 16.6%로 두 배나 늘었다. ㈜효성도 유럽지역뿐만 아니라 아시아나 동남아시아 등 비유럽 지역에서도 유로화 결제를 유도하고 있다. 유럽지역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이 지역에 대한 수출도 크게 늘고 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4월까지 EU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9% 증가한 81억4백만달러를 기록했다. 수입도 급증,4월까지 61억9천7백만달러로 20.4% 늘었다. 반면 북미지역 수출은 3.9%,수입은 16.7%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심기·안재석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