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과 S&P500지수가 5주 연속 상승했다. 나스닥은 2001년 12월 이후,S&P500은 지난해 8월 이후 처음 갖는 기록이다. 다우도 3주 연속 오르면서 8,700선을 넘나들고 있다. 다우의 3주 연속 상승도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이다. 뉴욕증시가 겉으로는 각종 기록을 돌파하고 있지만 속 내용은 좀 다르다. 오를 만큼 오른 것 아니냐는 우려가 짙게 깔려 있다. 이라크전쟁 이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1·4분기 기업수익이 예상보다 좋게 나타난 데 힘입어 주가가 큰 폭으로 올랐으나 경기회복을 뒷받침하는 실질적인 증거들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는 탓이다. 지난 주 다우가 0.9%,나스닥과 S&P500이 각각 1.2% 가량 상승했으나 주 후반에 상승보다 하락분위기였다는 것은 월가 상승·하락의 '기울기'가 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주도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이같은 '기울기' 추가 지난 주와 비슷하게 움직일 것으로 내다보는 신중론자들이 많은 편이다. 신중론자들이 힘을 얻는 가장 큰 이유는 부진한 경제지표.지난 금요일 노동부는 4월 소비자 물가지수가 0.3%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0.1% 하락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1년6개월 만의 가장 큰 하락폭이다. 월가에서는 이 숫자를 그동안 우려해온 디플레이션의 조짐이 점점 뚜렷해지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같은 날 발표된 4월 신규주택착공 계획이 6.8% 급락한 것도 그동안 미국 경제를 떠받쳐온 주택시장의 붐이 마감되는 신호 아니냐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최근 증시의 주도주 역할을 해온 기술주들의 기세가 급격히 꺾이는 것도 분위기를 어둡게 만들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델컴퓨터.델은 나스닥이 연중 최저치였던 지난 3월11일 이후 최근까지 무려 25% 치솟았다. 그러나 지난 금요일 하루에만 3% 급락하는 등 상황이 1백80도 바뀌었다. 1·4분기 매출이 18%,수익이 31% 증가하는 등 호조를 보였으나 앞으로 전망이 밝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 때문이다. 결국 그동안 기술주의 경영호전이 실질적인 수요증대를 기반으로 한 것이 아니라 원가절감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점이 기술주 주가의 한 단계 레벨업을 막을 것이란 분석들이다. 물론 시장의 낙관론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미시간대가 발표한 5월 소비자감정지수가 예상보다 훨씬 높은 93.2로 나타나는 등 소비심리가 크게 호전된 것이 증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도 많다. 델컴퓨터와 마찬가지로 이익목표는 달성했지만 전망이 불투명하다고 발표한 월마트가 5.7% 하락한 것에서 보듯 이번 주도 결정적인 경제지표발표가 없는 탓에 기업수익 동향이 장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화요일(20일)의 홈디포와 휴렛팩커드의 수익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경제지표로는 19일 4월선행지수 발표가 예정돼 있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