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SARS)공포"로 비틀거리던 주식시장이 "북한의 핵보유"라는 메가톤급 악재로 폭락했다. 25일 종합주가지수는 21포인트 급락했다. 외국인의 "팔자"에다 프로그램 매물이 쏟아지면서 570선이 힘없이 무너졌다. 코스닥지수도 2포인트 이상 추락하며 40선으로 주저앉았다. 전문가들은 상승체력을 소진하며 "그로기" 상태에 놓여있던 시장이 "강펀치"를 얻어맞은 형국이라고 설명했다. ◆재부상한 지정학적 리스크=박윤수 LG투자증권 상무는 "지수 520선에서 620선까지 1백포인트가 오른 데는 펀더멘털 개선보다 이라크전쟁 종료와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심리적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며 "그러나 상황이 정반대로 치닫자 투자자들이 실망매물을 쏟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북핵문제가 다시 '컨트리리스크(국가위험)'를 부각시켜 외국인에게 매도 빌미를 제공할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반면 이종우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시장이 조급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1990년대 미국 정부가 지금보다 온건할 때도 제네바 합의도출에 1년 이상 걸렸는데 시장이 단기에 해결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젖어 있었다는 지적이다. 사스 문제 역시 발생 초기부터 잠재 악재로 작용해왔으나 낙관론에 밀려있다가 최근 지수급락과 함께 부각됐다고 설명했다. ◆지지선을 찾기 힘들다=전문가들은 북한과 미국의 협상과정에서 호재나 악재가 나올 때마다 지수가 춤을 추는 롤러코스터 장세가 당분간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외국인은 이날 거래소시장에서 1천1백억원 이상을 팔아치우며 5일째 순매도를 지속했다. 선물시장에서도 9천계약 이상의 매도우위를 보였다. 증시에 위협요소로 남아있던 1조원대의 프로그램 매수차익거래잔고도 매물로 쏟아지면서 수급에 적지 않은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홍성국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은 "당초 5월 예상지수를 570∼620선의 박스권으로 봤으나 사스와 북핵문제 등 불확실성에 따라 저점을 낮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시장이 경제 펀더멘털이나 합리적인 요인에 의해 움직이기보다 대외변수에 영향을 받고 있지만 직전 저점인 530선 정도에서는 지지를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화증권 이 센터장은 "620선까지 상승하는데 많은 시장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시장은 이미 경험했다"며 "시장은 단기 고점을 확인한 만큼 앞으로 저점 확인 과정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단기적으론 관망세 필요=임춘수 삼성증권 상무는 "한국증시에 드리워진 여러 불확실성 가운데 이라크문제가 빠지고 사스가 그 자리를 차지한 모습"이라며 "그동안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양상을 보이면서 지수가 상승했지만 다시 불확실성이 시장을 지배하는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올해 지수저점인 512선은 과매도권으로 판단된다"며 "사스파문이 가라앉고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가능성이 나타날 경우 지수는 다시 반등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1년 정도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우량주의 저점 매수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대우증권 홍 부장은 "외국인이 공격적인 매도세를 나타내고 있는 만큼 당분간 시가총액 상위종목이나 외국인 지분이 많은 대형주는 매매를 유보해야 한다"며 "실적이 우량한 중소형주 가운데 급등 후 조정을 크게 받은 종목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