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던 것일까. 이라크전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제거된데다 별다른 피해없이 단기간에 전쟁이 끝날 것이라는 기대까지 가세해 최소한 단기 랠리로 이어지는 듯 했던 뉴욕 증시가 24일 급락세로 돌아섰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3.61%나 폭락해 지난해 9월 이후 6개월여만에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나스닥 종합지수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도 모두 3% 이상 하락했다. 이로써 뉴욕증시는 이라크전 개전 전망이 뚜렷해져 전쟁에 대한 불확실성이 제거된 지난 12일 이후 줄기차게 치달아온 상승세를 마감해야 했다. `전쟁 랠리'에 대한 기대감이 순식간에 좌절감으로 돌변한 것은 그동안의 낙관론이 과장됐다는 인식이 확산된 데 따른 것이다. 지난주 전쟁이 시작된 후 뉴욕증시에는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 사망설 등 조기 종전에 대한 기대를 갖게하는 소문들이 전해지면서 폭등한 주가가 이런 소문이 사실이 아니거나 뚜렷한 근거가 없다는 것이 밝혀진 뒤에도 계속 강세를 유지하는 패턴을 보여왔다. `믿고 싶은 것만 믿었던' 투자자들은 그러나 주말부터 TV를 통해 전투중 사망하거나 포로로 붙잡힌 미군들과 숨졌을 것이라는 기대를 깨뜨리고 건재를 과시하는 후세인 대통령의 모습을 보면서 낭패감을 갖게 됐고 이는 투매로 이어졌다. 여기에 이익 실현 매물도 가세했다. 글로벌 파트너스 증권의 리서치 책임자 피터 카딜로는 "지난 주말의 사건들은 시장 심리를 변화시켰고 사람들은 이를 이익 실현의 기회로 삼았다"고 말했다. 그는"최근의 랠리는 전쟁의 확실성과 인명피해가 거의 없는 신속한 종전이라는 믿음에 바탕을 둔 것이었으나 이는 근거없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고 밝혔다. 시장이 이라크 전쟁의 전쟁 양상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증명된 만큼 앞으로도 전황에 따라 일희일비하는 양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 남부에서 이라크군의 거센 저항에 직면한 미ㆍ영 연합군이 일거에 전세를 급변시킬 돌파구를 단기간에 찾아내는 것은 어려워 보이지만 전쟁에서 예측불허의 돌발 상황은 항상 있게 마련이다. 개전 이후 성급한 기대와 필요 이상의 낙담을 모두 경험한 시장은 이제 냉정하게 전쟁 진행 상황을 평가할 때가 됐지만 이에 대한 견해는 엇갈리고 있다. 많은 분석가들이 `기대감의 상실'을 강조하고 있지만 노던 프러스트 밸류 인베스터스의 칼도미노는 "다소 길어지더라도 우리가 이 전쟁에서 이기는 것은 자명하다"면서 "지금은 주식을 사야할 때"라고 강조했다. (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