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1991년 걸프전의 기억을 되살리는 듯 움직였다. 국제유가 및 금 값은 급락세를 보였고 주가는 폭등했다. '포성이 울릴 때 사고 승전 나팔이 울릴 때 팔라'는 증시격언처럼 투자자들은 차익실현 욕구를 느끼기 시작했다. 전쟁 이후 경기 전망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시각이 우세한 편이다. 뜻하지 않은 유동성 장세가 올 것이라는 기대 어린 낙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지만 주가 반등은 그리 강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 걸프전 당시 증시가 재현될까 개전 첫날의 상황은 걸프전의 경험을 닮아가고 있다. 국제유가는 전쟁 발발 전후로 급락세를 보여 작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30달러(서부텍사스산 중질유 기준)를 밑돌기 시작했다. 외국인투자자는 20일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주식을 사들여 순매수를 보였다. 전쟁의 최대 수혜주로 꼽히는 기술주에 대한 베팅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 주가지수 570이 1차 저항 지난 91년 걸프전의 시작부터 종료까지 미국의 S&P500지수는 16.1% 올랐고 종합주가지수는 10.1% 상승했다. 종합주가지수는 최근 사흘 동안 10.3%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작년 하반기 이후 누적돼 온 가계부실에 대한 우려가 SK글로벌 분식회계 사태와 카드채 파동으로 이어지면서 다른 나라보다 국내증시의 지수낙폭이 컸다는 점이 단기반등의 강도도 높였다고 볼 수 있다. 대우증권 김정환 연구원은 "종합주가지수의 1차 저항선은 하락추세대의 상단이며 20일 이동평균이 있는 570선으로 예상된다"면서 "1차 저항을 뚫을 경우 다음 저항선은 지수 630으로 설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 펀더멘털 우려 VS 유동성 장세 기대 전문가들은 최근의 랠리가 단기전에 대한 지나친 확신에 바탕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SK투신운용 장동헌 주식운용본부장은 "유가는 한국시장에 대한 외국인의 매매태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중 하나"라며 "국제유가의 지속적인 하향안정세를 점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고 말했다. 막대한 전쟁비용 부담으로 인한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는 전후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기의 회복에 대한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비관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유동성 장세를 점치는 시각도 있다. 교보증권 임송학 이사는 "기대처럼 전쟁이 단기전으로 막을 내릴 경우 원유와 금에 투자했던 국제헤지펀드를 중심으로 풍부한 유동성이 증시쪽으로 몰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민하 기자 hahaha@hankyung.com